📑 목차
누리과정 자연탐구 영역에서 AI 로봇을 활용한 교육이 유아의 컴퓨팅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되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협력 놀이 방식의 AI 교육이 직접 교수법보다 자기조절능력과 창의적 문제해결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이 입증되었습니다.

왜 유아기 AI 교육이 중요할까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컴퓨팅 사고력은 읽기, 쓰기, 셈하기만큼 중요한 기초 역량이 되었습니다.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란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논리적 순서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사고 과정을 말합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자연탐구 영역이 강조하는 '탐구 과정 즐기기', '생활 속 문제 해결하기'와 정확히 맞닿아 있는 영역입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님과 교사들은 "과연 5~6세 유아에게 AI 교육이 적절한가?", "어떤 방법으로 가르쳐야 효과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연구가 바로 홍콩대학교와 홍콩교육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2024년 7월 발표한 논문입니다.
8주간의 실험, 90명의 유치원생이 참여하다
Jiahong Su 교수 연구팀은 5~6세 유치원생 90명을 대상으로 8주간의 AI 로봇 교육 실험을 진행했습니다(Su et al., 2024, Journal of Computer Assisted Learning, Vol. 40, No. 6). 이 연구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되었으며, 엄격한 실험 설계와 통계 분석을 거친 신뢰할 만한 연구입니다.
연구팀은 90명의 유아를 세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직접 교수(Direct Instruction, DI) 방식으로, 교사가 로봇 프로그래밍을 단계별로 구조화하여 가르쳤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협력 놀이(Cooperative Play, CP) 방식으로, 유아들이 또래와 함께 자유롭게 탐구하고 협력하며 AI 로봇을 배웠습니다. 세 번째 그룹은 비교를 위한 통제군으로 일반적인 교육과정만 받았습니다.
모든 유아는 실험 전후에 컴퓨팅 사고력, 순서화 능력, 자기조절 능력, 마음이론(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능력)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각 교수법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교수 vs 협력 놀이, 어떻게 다를까요?
직접 교수 방식은 교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가르칩니다. "먼저 로봇을 앞으로 한 칸 움직이는 명령 버튼을 누릅니다. 그 다음 왼쪽으로 돌리는 명령을 추가합니다"와 같이 명확한 단계를 제시하고, 유아들이 따라 하도록 안내합니다. 컴퓨팅 사고의 핵심 개념(순서화, 반복, 조건 등)을 명시적으로 가르치고, 점차 난이도를 높여가며 기술을 쌓아갑니다.
반면 협력 놀이 방식은 유아가 중심이 됩니다. 교사는 강사가 아닌 촉진자 역할을 합니다. "이 로봇을 저 빨간 블록까지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친구들과 함께 방법을 찾아볼까?"라고 질문을 던지고, 유아들이 스스로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지켜봅니다. 또래와 협력하며 자유롭게 탐구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갑니다.
두 방식 모두 누리과정이 강조하는 교육 방법입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 유아의 발달에 더 효과적일까요?
놀라운 연구 결과: 협력 놀이의 힘
8주 후 측정한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먼저 컴퓨팅 사고력은 직접 교수 그룹과 협력 놀이 그룹 모두 통제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습니다. 두 방식 모두 효과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협력 놀이 그룹의 유아들은 특히 창의적 문제 해결, 협력적 사고, 유연한 전략 사용에서 더욱 뛰어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순서화 능력도 두 그룹 모두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로봇을 목표 지점까지 움직이려면 "앞으로 가기 → 왼쪽으로 돌기 → 앞으로 가기"처럼 단계를 논리적 순서로 배열해야 합니다. 이러한 활동이 유아들의 순서화 능력을 키워준 것입니다. 이는 누리과정 자연탐구 영역의 '수학적 탐구하기'에서 강조하는 패턴 인식과 직접 연결됩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자기조절 능력에서 나타났습니다. 협력 놀이 그룹의 유아들은 자기조절 능력에서 훨씬 큰 향상을 보였습니다. 자신의 학습을 스스로 계획하고, 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는 능력이 크게 발달한 것입니다. 문제 해결 과제에서도 끈기 있게 도전하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놀이 기반 학습에서 유아가 주도권을 가질 때 자기조절 능력이 더 잘 발달한다는 기존 발달심리학 이론과도 일치합니다.
마음이론도 두 그룹 모두 향상되었습니다. AI 로봇과 상호작용하고 또래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능력이 발달한 것입니다. 이는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결과입니다.
누리과정 자연탐구 영역, 이렇게 연결됩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자연탐구 영역은 크게 세 가지 내용 범주로 구성됩니다. 이번 연구의 AI 로봇 교육은 이 세 영역 모두와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첫째, 탐구 과정 즐기기입니다. 로봇 프로그래밍 활동에는 자연스럽게 탐구 과정이 포함됩니다. "이 명령을 누르면 로봇이 어떻게 움직일까?" 하고 가설을 세웁니다. 실제로 명령을 입력하고 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합니다. 예상과 다르면 "왜 그럴까?" 생각하고 다시 시도합니다. 이는 과학적 탐구의 기본 과정인 관찰-예측-실험-결론의 과정 그 자체입니다.
둘째, 수학적 탐구하기입니다. 순서화 활동은 수학의 핵심 개념입니다. 로봇을 목표 지점까지 이동시키려면 공간을 이해하고, 거리를 가늠하며, 방향을 판단해야 합니다. "앞으로 세 칸, 오른쪽으로 한 번 회전, 앞으로 두 칸"처럼 수를 세고 패턴을 인식합니다. 알고리즘적 사고는 곧 수학적 사고의 기초가 됩니다.
셋째, 생활 속 문제 해결하기입니다. 로봇 프로그래밍은 문제 해결 그 자체입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방법을 생각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전 과정이 문제 해결 과정입니다. 특히 디버깅(오류 찾기) 과정에서 논리적 추론과 비판적 사고가 발달합니다.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이 연구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현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1. 놀이 중심 접근이 효과적입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이 강조하는 놀이 중심 교육 철학이 AI 교육에서도 유효합니다. 구조화된 직접 교수도 효과가 있지만, 유아가 주도하고 또래와 협력하는 놀이 방식이 자기조절과 창의성 발달에는 더욱 효과적입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함께 탐구하는 안내자"가 되어야 합니다.
2. 8주면 충분합니다. 이 연구는 단 8주간의 중재로도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학기 중 한 달에 한 번 정도 AI 로봇 활동을 계획적으로 운영한다면, 한 학기나 1년 동안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매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입니다.
3. 발달적으로 적절합니다. 일각에서는 유아기 AI 교육이 너무 이르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적절히 설계된 AI 교육 프로그램이 5~6세 유아에게 발달적으로 적절하며, 오히려 컴퓨팅 사고뿐 아니라 자기조절, 협력, 문제해결 등 전인적 발달을 촉진함을 입증했습니다.
4.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연구에서 사용된 로봇은 고가의 장비가 아닙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교육용 코딩 로봇(예: 비봇, 큐베토, 대시 등)이면 충분합니다. 심지어 언플러그드 활동(컴퓨터 없이 하는 코딩 활동)으로도 컴퓨팅 사고의 기초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교사와 부모를 위한 실천 가이드
교실에서는 이렇게 시작하세요:
- 소그룹(3~4명)으로 구성하여 협력을 촉진합니다
- "이 로봇을 저 보물까지 보내보자"처럼 명확하지만 개방적인 과제를 제시합니다
- 유아들이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기다려줍니다
- "왜 로봇이 벽에 부딪혔을까?" 같은 열린 질문으로 사고를 자극합니다
- 한 유아의 성공 사례를 다른 유아와 공유하며 또래 학습을 격려합니다
가정에서는 이렇게 해보세요:
- 비싼 로봇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레고 블록으로 길을 만들고 자동차 장난감을 목표 지점까지 이동시키는 "명령"을 종이에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 "앞으로 가기" "돌기" "멈추기" 같은 간단한 명령 카드를 만들어 순서대로 배열해보는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 아이가 실수하면 "틀렸어"보다 "다른 방법을 시도해볼까?"라고 격려하세요
- 형제자매나 친구와 함께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회를 주세요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이 연구는 8주간의 단기 효과를 측정했습니다. 앞으로는 AI 교육의 장기적 효과를 추적하는 종단 연구가 필요합니다. 유아기에 발달된 컴퓨팅 사고력이 초등학교 이후 학업 성취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또한 한국 문화와 교육 환경에 맞는 AI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합니다. 이 연구는 홍콩에서 진행되었지만, 누리과정의 철학과 방향성과 잘 부합합니다. 한국형 유아 AI 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이어져야 합니다.
교사들을 위한 체계적인 연수 프로그램도 시급합니다. AI 기술을 다루는 방법뿐 아니라, 놀이 중심 접근으로 컴퓨팅 사고를 가르치는 교육학적 역량을 키우는 전문성 개발이 필요합니다.
기술이 아닌 사람이 중심입니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AI 교육의 핵심이 기술이 아닌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로봇은 도구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유아들이 또래와 협력하고, 스스로 탐구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경험입니다.
협력 놀이 방식이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최첨단 로봇을 사용해서가 아니라, 유아에게 주도권을 주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풍부하게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이 강조하는 "유아가 중심이 되는 놀이와 배움"의 정신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컴퓨팅 사고는 필수 역량입니다. 그러나 그 역량은 화면 앞에 앉아 혼자 익히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달합니다. 바로 그것이 누리과정 자연탐구 영역이 추구하는 진정한 배움의 모습입니다.
참고문헌 Su, J., Yang, W., Yim, I. H. Y., Li, H., & Hu, X. (2024). Early Artificial Intelligence Education: Effects of Cooperative Play and Direct Instruction on Kindergarteners' Computational Thinking, Sequencing, Self-Regulation and Theory of Mind Skills. Journal of Computer Assisted Learning, 40(6), 2917-2925. https://doi.org/10.1111/jcal.13040
eduwaai.com - 우리 아이의 미래를 함께 준비합니다
'유아교육과 AI'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누리과정 자연탐구영역 1] 유아를 대상으로 한 융복합교육의 미래 (0) | 2025.11.06 |
|---|---|
| [누리과정 예술경험영역 2] AI가 세계 명화를 20개 유치원 교실로 가져온 CultureCraft의 놀라운 실험 (0) | 2025.11.06 |
| [누리과정 예술경험영역 1] AR 스마트 글래스와 AI가 아동의 창의성을 23% 높인 비결 (0) | 2025.11.06 |
| [누리과정 사회관계영역 2] 인간-로봇 협력교수는 유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0) | 2025.11.06 |
| [누리과정 사회관계영역 1] AI 로봇이 우리 아이 정서 발달을 돕는다 (0) | 2025.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