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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술경험 영역을 세계 유명 박물관의 명화로 가르칠 수 있다면 어떨까요? 2024년 교육 학술지 Future in Educational Research에 발표된 미국 연구팀의 획기적인 논문에 따르면, AI 기반 CultureCraft 플랫폼이 20개 유치원 교실에서 유아들의 창의적 표현을 향상시키고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성을 민주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스미소니언, 의회도서관의 예술 작품을 활용한 이 플랫폼은 모든 아이에게 세계적 수준의 미술교육 기회를 제공합니다.
CultureCraft란 무엇인가?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일렌 버슨(Ilene R. Berson) 교수와 마이클 버슨(Michael J. Berson) 교수 연구팀은 혁신적인 디지털 창작 도구 CultureCraft를 유아교육에 적용했습니다. 이 플랫폼은 브라이언 푸(Brian Foo)가 미국 의회도서관의 2020년 레지던트 혁신가로 재직하며 개발했습니다.

기계학습으로 만드는 예술 조각
CultureCraft는 기계학습을 사용하여 명화를 작은 단편(Fragment)으로 분할합니다. 한 폭의 그림을 수백 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누고, 각 조각에 메타데이터 태그를 자동으로 생성합니다. "파란 하늘", "붉은 꽃", "사람의 눈"처럼 조각의 내용을 설명하는 라벨이 붙습니다.
일반 그림 프로그램이 색상을 선택하듯, CultureCraft는 문화 이미지의 단편을 선택합니다. 아이가 "파랑"을 선택하면 모네의 수련 그림 중 파란 부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중 하늘 부분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의 파란색 조각들이 나타납니다.
세계적 박물관이 교실 안으로
CultureCraft가 사용하는 예술 작품은 다음 명망 있는 문화 기관에서 제공됩니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 5,000년 역사의 150만 점 소장품
- 스미소니언 박물관: 미국 국립 박물관의 방대한 컬렉션
- 의회도서관: 세계 최대 도서관의 역사적 이미지
- 뉴욕 공공도서관: 귀중한 문화유산 자료
모든 이미지는 저작권이 소멸되었거나 공공 도메인에 속하여 자유롭게 교육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대영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세계적 명화를 유치원 교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설계 기반 연구: 20개 유치원의 여정
연구팀은 20개 유치원 교실과 협력하여 설계 기반 연구(Design-Based Research)를 수행했습니다. 이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하고, 개선하는 연구 방법론입니다.
1단계: 교사 훈련 교사들에게 CultureCraft 사용법과 탐구 기반 교수법을 훈련했습니다. 기술 조작법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질문법, 관찰법, 피드백 방법을 배웠습니다.
2단계: 교실 실행 미술 스테이션에 태블릿이나 컴퓨터를 배치했습니다. 소그룹(3-4명)으로 활동하며 교사는 촉진자 역할을 했습니다. 자유선택활동 시간에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사용했습니다.
3단계: 관찰 및 문서화 연구팀은 비디오 녹화, 사진 촬영, 현장 노트로 아이들의 상호작용을 기록했습니다. 어떤 이미지를 선택하는지, 어떻게 조합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만드는지 세밀하게 관찰했습니다.
4단계: 피드백 및 개선 교사와 연구자가 정기적으로 만나 경험을 공유하고 플랫폼을 개선했습니다. "이 기능이 너무 복잡해요", "이런 이미지가 더 필요해요"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습니다.
"보기, 생각하기, 궁금하기" 교수 전략
연구팀은 하버드대학교 제로 프로젝트(Project Zero)의 "See-Think-Wonder" 전략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시각적 사고 루틴(Visual Thinking Routine)으로 미술관 교육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보기(See): 관찰하기 "무엇이 보이니?" 교사가 묻습니다. 아이들은 이미지를 자세히 관찰합니다. "파란 하늘이 보여요", "말이 뛰고 있어요", "사람 얼굴이 있어요." 판단 없이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을 합니다.
생각하기(Think): 해석하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이들은 본 것을 바탕으로 추론합니다. "말이 달리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는 옛날인 것 같아요." 관찰에서 해석으로 나아갑니다.
궁금하기(Wonder): 질문하기 "무엇이 궁금하니?"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말이 어디로 가는 걸까?", "이건 누가 그렸어요?", "언제 만들어진 거예요?" 질문이 더 깊은 탐구로 이어집니다.
이 세 단계를 반복하며 아이들은 예술 작품을 능동적으로 탐색합니다. 수동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질문하는 주체가 됩니다.
놀라운 연구 결과
설계 기반 연구의 특성상 정량적 수치보다는 질적 관찰 결과가 중심입니다.
향상된 창의적 표현
아이들은 역사 예술 작품과 깊이 참여했습니다. 한 아이는 고대 이집트 벽화 조각들을 모아 "파라오의 여행"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아이는 르네상스 시대 인물화 조각들로 "왕자와 공주의 결혼식"을 구성했습니다.
전통적 미술 활동에서는 "빨간 사과", "파란 하늘" 같은 단순한 표현이 많았다면, CultureCraft에서는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의미가 담긴 복잡한 서사를 창조했습니다. 단순히 색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고, 역사를 재해석하며, 문화를 탐험했습니다.
다중 모드 놀이 촉진
CultureCraft는 놀이의 핵심 요소—변화(Transformation), 즉흥 연주(Improvisation), 인간 상호작용—을 지원합니다.
변화: 같은 조각을 다양한 맥락에 배치하며 의미를 변화시킵니다. "이건 하늘에 있는 새야"에서 "이건 바다에 있는 배야"로 바뀝니다.
즉흥 연주: 미리 정해진 결과 없이 탐색하며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합니다. "이 조각을 여기 놓으니 재미있는 얼굴이 됐어!"
인간 상호작용: 소그룹으로 활동하며 서로의 선택에 반응합니다. "나는 이걸 선택할래", "우리 함께 성을 만들자."
문화유산 민주화
가장 중요한 성과는 교육 형평성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 박물관에 갈 기회가 없는 아이들도 세계적 수준의 예술 작품을 경험했습니다.
한 교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 대부분은 박물관에 가본 적이 없어요. CultureCraft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작품을 보며 '이게 진짜 박물관에 있어요?'라고 놀라워했어요. 그 순간 예술이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누리과정 예술경험 영역과의 완벽한 연결
아름다움 찾아보기
내용: "자연과 생활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긴다", "예술적 요소에 관심을 갖고 찾아본다"
CultureCraft는 세계적 명화에 직접 노출됩니다. 모네의 인상주의, 고흐의 후기인상주의, 피카소의 입체파 등 다양한 예술 전통을 경험하며 미적 감각을 기릅니다. "이 그림은 색이 부드러워", "이건 선이 강해" 같은 예술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인식합니다.
예술적 표현하기
내용: "다양한 미술 재료와 도구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한다"
문화적으로 중요한 이미지를 재료로 사용하여 독창적인 예술 작품을 창작합니다. 전통 재료(크레파스, 물감)의 제약을 넘어 디지털 도구의 무한한 가능성을 경험합니다. 실수해도 되돌릴 수 있고, 무한히 실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극놀이로 표현하기
내용: "극놀이에 필요한 소품, 배경 등을 만든다"
이미지로 이야기를 만들며 극놀이를 지원합니다. 역사적 장면을 재구성하고, 등장인물을 배치하며, 서사를 창조합니다. "옛날에 기사가 살았어요. 용과 싸웠어요" 같은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통합적 예술 경험
시각 예술, 이야기 만들기, 지리, 역사가 자연스럽게 통합됩니다. 이집트 벽화를 보며 "여기는 어디예요?"라고 묻고, 프랑스 인상파 그림을 보며 "이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어요?"라고 질문하며 다문화 교육으로 확장됩니다.
교사 역할의 전환
CultureCraft 도입으로 교사 역할이 '지시자'에서 '촉진자'로 변했습니다.
전통적 미술 활동 교사: "오늘은 빨간 사과를 그릴 거예요. 먼저 동그라미를 그리고..." 아이: (교사 지시대로 따라 그림)
CultureCraft 활동 교사: "어떤 이미지가 흥미로워? 그걸 선택해서 뭔가 만들어볼까?" 아이: (자유롭게 탐색하고 창조) 교사: "와, 이걸 어떻게 생각했어? 이 조각을 왜 선택했니?"
교사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질문으로 사고를 자극합니다. 평가하지 않고 호기심을 표현합니다. 지시하지 않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이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유아 중심, 놀이 중심' 철학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교육 형평성: 모든 아이에게 기회를
CultureCraft의 가장 큰 의의는 문화 자본(Cultural Capital)의 격차를 줄인다는 점입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박물관을 자주 방문하고, 예술 수업을 받으며, 문화적 경험을 풍부하게 쌓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학교 입학 후 학업 성취도와 직접 연관됩니다.
반면 저소득층 아이들은 박물관 입장료가 부담스럽고, 교통비가 부족하며, 부모가 시간을 낼 수 없어 문화 경험이 제한적입니다. 이는 "문화적 빈곤(Cultural Poverty)"으로 이어집니다.
CultureCraft는 이 격차를 해소합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디서든, 누구든, 세계적 수준의 예술 작품을 무료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뉴욕에 사는 부유한 아이나 시골에 사는 저소득층 아이나 똑같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명화를 만납니다.
한국 유아교육 현장 적용 방안
국공립 유치원 도입
교육청 차원에서 CultureCraft와 유사한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도입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활용한 한국형 CultureCraft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 프로젝트 통합
"우리나라 전통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조선시대 민화, 백자, 불교 미술 이미지를 활용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 프로젝트에서는 각국의 전통 예술을 탐험합니다.
다문화 가정 지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부모의 모국 문화를 탐색하는 도구로 활용합니다. 베트남 출신 아이는 베트남 전통 예술을, 필리핀 출신 아이는 필리핀 문화유산을 발견하며 정체성을 기릅니다.
디지털 문해력 교육
디지털 도구를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배웁니다. 단순히 소비하는(유튜브 보기) 것이 아니라 생산하는(작품 만들기) 경험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디지털 창작 역량을 기릅니다.
부모와 함께하는 문화 탐험
가정 연계 활동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주말 과제로 "박물관 가상 투어"를 제안합니다. CultureCraft나 유사한 앱으로 부모와 함께 작품을 만들며 대화합니다.
"이 그림 어때?", "어느 나라 그림일까?",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같은 질문으로 가족 대화가 풍성해집니다. 문화예술이 특별한 날의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즐거움이 됩니다.
결론: 박물관이 유치원으로
누리과정 예술경험 영역을 세계 유명 박물관의 명화로 가르친 결과, 20개 유치원 교실의 아이들이 향상된 창의적 표현, 깊이 있는 문화 탐험, 풍부한 미적 경험을 했습니다. 2024년 Future in Educational Research에 발표된 미국 버슨 교수 연구팀의 설계 기반 연구는 AI가 교육 형평성을 실현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브라이언 푸가 개발한 CultureCraft는 기계학습으로 명화를 단편화하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스미소니언, 의회도서관, 뉴욕 공공도서관의 소장품을 활용합니다. "보기, 생각하기, 궁금하기" 교수 전략으로 아이들은 수동적 관람자가 아닌 능동적 탐험가가 되었습니다.
문화유산 민주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입니다. 박물관에 갈 기회가 없어도, 예술 수업을 받을 여력이 없어도, 세계적 수준의 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 정의의 실현입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예술경험 영역("아름다움 찾아보기", "예술적 표현하기", "극놀이로 표현하기")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유아 중심·놀이 중심 철학과도 부합합니다. 교사는 지시자에서 촉진자로, 아이는 수동적 학습자에서 능동적 창조자로 변화했습니다.
AI 시대, 박물관은 더 이상 먼 곳이 아닙니다. 유치원 교실이 박물관이고, 모든 아이가 큐레이터입니다. 모네의 수련을 만지고, 고흐의 별을 움직이며, 피카소의 얼굴을 재구성하는 우리 아이들. 그들의 손끝에서 예술과 기술,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이 만나 새로운 창조가 일어납니다.
참고문헌
Berson, I. R., & Berson, M. J. (2024). Fragments of the Past: The Intersection of AI, Historical Imagery, and Early Childhood Creativity. Future in Educational Research (Wiley), 2, 403-421. https://doi.org/10.1002/fer3.46
Foo, B. (2020). CultureCraft: AI-Powered Cultural Heritage Exploration. Library of Congress Innovator in Residence Project.
Ritchhart, R., Church, M., & Morrison, K. (2011). Making Thinking Visible: How to Promote Engagement, Understanding, and Independence for All Learners. Jossey-Bass.
교육부, 보건복지부 (2019). 2019 개정 누리과정 해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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