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누리과정 사회관계영역 2] 인간-로봇 협력교수는 유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 목차

    누리과정 사회관계영역에서 로봇과 교사가 함께 가르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2025년 교육 학술지 Computers & Education에 발표된 중국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인간-로봇 협력 교수법(HRCT)이 평균 4.6세 유아 96명의 사회정서 역량을 전통적 방법보다 유의하게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상호작용, 감정 이해, 대인관계 문제 해결 세 가지 모든 영역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인 이 연구는 AI 시대 유아 사회정서 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합니다.

     

    누리과정 사회관계영역에서의 인간-로봇 협력교수의 영향
    논문 doi 주소 내용 캡쳐

    인간-로봇 협력 교수법이란?

    중국 화중사범대학교 팡지안원(Jian-Wen Fang) 교수 연구팀은 휴머노이드 지능 로봇과 인간 교사가 협력하는 새로운 교수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로봇이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살려 협력하는 모델입니다.

     

    로봇의 역할: 구현된 시범과 상호작용 연습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 모양을 닮은 로봇으로, 팔다리를 움직이고 표정을 짓습니다. 로봇은 사회적 상황을 몸으로 직접 시연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장난감을 빌려달라고 할 때"를 가르치면, 로봇이 실제로 다른 로봇이나 인형에게 다가가 "빌려줄 수 있어?"라고 몸짓과 함께 보여줍니다.

    이를 '구현된 학습(Embodied Learning)'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말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면 아이들의 이해도와 기억력이 크게 향상됩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행동과 언어를 함께 학습하면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 활성화되어 학습 효과가 배가됩니다.

    로봇은 또한 반복 연습의 파트너가 됩니다. "친구가 슬퍼 보일 때 어떻게 할까?"라는 상황을 수십 번 반복 연습해도 지치지 않고 일관된 반응을 보입니다.

     

    교사의 역할: 정서적 비계 설정과 실시간 안내

    인간 교사는 세 가지 핵심 역할을 담당합니다.

    첫째, 정서적 비계 설정입니다. 아이가 어려워하면 "괜찮아, 천천히 해봐"라고 격려하고, 성공하면 진심으로 함께 기뻐합니다. 로봇은 프로그래밍된 반응을 하지만, 교사는 아이의 미묘한 정서 상태를 읽고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둘째, 상호작용 안내입니다. 로봇 활동 중 아이들 간 상호작용을 관찰하며 적절히 개입합니다. 한 아이가 소외되면 "○○이 생각도 들어볼까?"라고 참여를 유도합니다.

    셋째, 실시간 갈등 해결입니다.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교사가 즉시 개입하여 중재합니다. 로봇은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Kolb의 경험학습이론: 4단계 순환

    연구팀은 콜브(David Kolb, 1984)의 경험학습이론을 교수 설계의 이론적 틀로 사용했습니다. 이 이론은 학습이 네 단계를 순환하며 일어난다고 봅니다.

     

    1단계: 구체적 경험 (Concrete Experience) 로봇이 사회적 상황을 실연하고, 아이가 직접 참여합니다. "친구가 울고 있어요"라는 상황을 실제로 경험합니다.

     

    2단계: 반성적 관찰 (Reflective Observation) 교사가 질문합니다. "친구가 왜 울었을까?", "너라면 기분이 어땠을까?" 아이는 경험을 돌아보며 생각합니다.

     

    3단계: 추상적 개념화 (Abstract Conceptualization) 교사가 일반적 원리를 가르칩니다. "친구가 슬플 때는 위로해주면 기분이 나아져." 개별 경험에서 보편적 규칙을 추출합니다.

     

    4단계: 능동적 실험 (Active Experimentation) 새로운 상황에서 배운 것을 적용해봅니다. 실제 또래 관계에서 위로하기를 시도합니다.

     

    이 네 단계를 반복하며 사회정서 역량이 점진적으로 발달합니다.

    엄격한 연구 설계: 96명 준실험

    연구는 평균 4.6세 유아 96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실험군 44명은 인간-로봇 협력 교수법(HRCT)을 받았고, 통제군 52명은 전통적 교사 단독 교수법을 받았습니다.

    12주간 주 2회, 회당 30분씩 총 24회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전-사후 검사 설계로, 실험 전후에 표준화된 평가 도구를 사용하여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평가 영역은 세 가지였습니다.

    • 사회적 상호작용 기술: 친구와 놀이 시작하기, 협력하기, 순서 지키기 등
    • 감정 이해 기술: 자신과 타인의 감정 인식하고 표현하기
    • 대인관계 문제 해결: 갈등 상황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놀라운 연구 결과: 세 가지 모두 향상

    12주 후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HRCT 그룹이 세 가지 모든 영역에서 통제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우수했습니다.

     

    사회적 상호작용: 또래와 더 잘 어울리게

    HRCT 그룹 아이들은 또래에게 먼저 다가가 놀이를 제안하는 빈도가 증가했습니다. "우리 같이 블록 쌓을래?"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놀이 중 협력 행동도 늘었습니다. 역할 분담을 하고,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며, 타협점을 찾습니다.

    통제군도 향상되었지만, HRCT 그룹의 향상 폭이 훨씬 컸습니다. 이는 로봇의 구현된 시범과 반복 연습이 효과적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감정 이해: 마음을 읽는 능력

    감정 인식 과제에서 HRCT 그룹 아이들은 얼굴 표정, 목소리 톤, 상황 맥락을 종합하여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했습니다. "친구가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슬픈 거예요"라고 설명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감정에 대한 반응입니다. 슬픈 친구에게 다가가 "괜찮아?"라고 위로하거나, 화난 친구에게 공간을 주는 등 적절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감정 인식을 넘어 공감과 친사회적 행동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대인관계 문제 해결: 갈등을 평화롭게

    장난감 갈등, 순서 다툼 같은 상황에서 HRCT 그룹 아이들은 공격적 반응("안 돼!", 밀치기) 대신 언어적 협상을 시도했습니다. "5분만 더 놀고 빌려줄게",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같은 창의적 해결책을 제안합니다.

    이는 교사의 실시간 갈등 해결 모델링과 로봇의 반복 연습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안전한 환경에서 충분히 연습했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습 행동의 변화: 더 적극적으로

    연구팀은 사회정서 역량뿐만 아니라 학습 행동도 관찰했습니다. HRCT 그룹이 다음과 같은 행동을 더 많이 보였습니다.

    • 사회적 상호작용 활동 중 참여도: 로봇이 제시하는 상황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역할을 자원합니다.
    • 감정 이해 연습 중 능동적 참여: 질문에 손을 들고 자발적으로 대답합니다.
    • 대인관계 문제 해결 과제 중 협력적 행동: 소그룹 활동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다른 아이 의견을 경청합니다.

    이러한 학습 행동의 변화는 사회정서 역량 향상의 원인이자 결과입니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니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배우니 자신감이 생겨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선순환이 일어났습니다.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 완벽 반영

    이 연구는 2019 개정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의 세 가지 내용 범주를 모두 다룹니다.

     

    나를 알고 존중하기

    내용: "나의 감정을 알고 상황에 맞게 표현한다"

    감정 이해 기술 훈련이 이를 직접 지원합니다. 로봇과의 활동을 통해 아이는 기쁨, 슬픔, 화남, 놀람, 두려움 등 기본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히 표현하는 법을 배웁니다. 교사는 각 아이의 정서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개별화된 지원을 제공합니다.

     

    더불어 생활하기

    내용: "친구와 서로 도우며 사이좋게 지낸다", "친구와의 갈등을 긍정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

    사회적 상호작용 기술과 대인관계 문제 해결 훈련이 이를 실현합니다. 로봇의 구현된 시범을 통해 협력, 공유, 순서 지키기, 타협 등을 배우고, 교사의 안내로 실제 또래 관계에 적용합니다.

     

    사회에 관심 갖기

    내용: "우리 동네에 대해 알아본다"

    협력적 문제 해결 활동에서 "우리 동네 공원을 어떻게 가꿀까?"같은 주제로 토론하며 공동체 의식을 기릅니다.

    왜 협력 교수법이 효과적인가?

    로봇의 강점 활용

    로봇은 일관성, 반복성, 객관성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항상 같은 품질의 시범을 보이고, 무한히 반복해도 지치지 않으며, 모든 아이에게 공평하게 대합니다. 또한 의인화된 특징 덕분에 아이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합니다.

     

    교사의 강점 활용

    교사는 유연성, 공감, 창의성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즉각 대응하고, 아이의 미묘한 감정을 읽으며, 개별 아이의 특성에 맞춰 교수법을 조정합니다. 무엇보다 따뜻한 인간적 관계를 형성하여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합니다.

     

    시너지 효과

    로봇과 교사가 협력하면 1+1이 3이 되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합니다. 로봇이 구조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동안, 교사는 정서적 지원과 개별화 지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로봇에게서는 안전한 연습 기회를, 교사에게서는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받습니다.

    한국 유아교육 현장 적용 방안

    소그룹 사회관계 증진 프로그램

    주 2회, 회당 30분씩 소그룹(4-6명)으로 사회정서 학습 시간을 운영합니다. 로봇이 상황극을 제시하고 반복 연습을 진행하는 동안, 교사는 각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합니다.

     

    프로젝트 활동과 통합

    "우리 반 친구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로봇을 활용합니다. 로봇이 다양한 감정과 사회적 상황을 소개하면,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고 표현하는 활동으로 확장합니다.

     

    특별 지원이 필요한 아이

    사회성 발달이 느린 아이,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에게 로봇은 안전한 연습 파트너가 됩니다. 판단받지 않는 환경에서 충분히 연습한 후 실제 또래 상호작용에 참여하도록 단계적으로 지원합니다.

     

    교사 역할 강화

    로봇이 도입되면 교사는 단순 반복 교수에서 벗어나 더 전문적인 역할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개별 아이의 정서 상태 파악, 맞춤형 지원, 복잡한 사회적 상황 지도 등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장기 투자가 필요

    12주간의 중재로 유의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단기 이벤트가 아닌 학기 단위 장기 프로그램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교사 연수 필수

    로봇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교사 연수가 필요합니다. 로봇 작동법뿐만 아니라, 로봇과 어떻게 협력할지, 언제 개입할지, 어떻게 개별화할지를 배워야 합니다.

     

    발달적으로 적절한 기대

    4-6세 유아에게 적합한 활동과 기대 수준을 설정해야 합니다. 너무 쉬우면 지루하고, 너무 어려우면 좌절합니다. 각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한 개별화가 핵심입니다.

     

    평가와 피드백

    정기적으로 아이들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어떤 활동이 효과적인지, 어떤 아이에게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파악하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선합니다.

    결론: 협력이 답이다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을 로봇과 교사가 함께 가르친 결과, 96명의 4.6세 유아들이 사회적 상호작용, 감정 이해, 대인관계 문제 해결 모두에서 유의한 향상을 보였습니다. 2025년 Computers & Education에 발표된 이 연구는 인간-로봇 협력 교수법(HRCT)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중국 화중사범대학교 팡지안원 교수 연구팀의 12주 준실험 연구는 Kolb의 경험학습이론에 기반하여 체계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로봇의 구현된 시범과 반복 연습, 교사의 정서적 비계 설정과 실시간 안내가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냈습니다.

    로봇은 교사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교사의 전문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게 합니다. 로봇이 구조화된 학습을 담당하면, 교사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따뜻한 공감, 개별화된 지원, 예측 불가능한 상황 대응—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사회관계 영역("나를 알고 존중하기", "더불어 생활하기", "사회에 관심 갖기")을 완벽하게 반영하며, 취학 준비도를 높입니다. 사회정서 역량이 탄탄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또래 관계가 좋고,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며, 장기적으로 학업 성취도도 높습니다.

    AI 시대, 답은 '대체'가 아닌 '협력'입니다. 기술과 인간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협력할 때, 우리 아이들은 더 풍부한 사회정서 경험을, 더 건강한 또래 관계를, 더 행복한 유년기를 누릴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Fang, J. W., Ji, T. T., Tu, Y. F., Hwang, G. J., Zou, D., & Chen, J. (2026). Effects of a human-robot collaborative teaching approach on preschoolers' social-emotional competence and learning behaviors. Computers & Education, 240, 105374. https://doi.org/10.1016/j.compedu.2025.105469

    Kolb, D. A. (1984). Experiential Learning: Experience as the Source of Learning and Development. Prentice Hall.

    교육부, 보건복지부 (2019). 2019 개정 누리과정 해설서.

    Denham, S. A. (2006). Social-emotional competence as support for school readiness: What is it and how do we assess it? Early Education and Development, 17(1), 5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