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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전국 유치원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이 시행되면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육의 연결고리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졌기 때문입니다. 서울교육대학교 김창복, 이신영 교수(2020)의 연구에 따르면, 2019 개정 누리과정은 구성체계에서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유사한 틀을 갖추었고, 특히 의사소통 영역은 초등 국어과와 자연스럽게 연계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오늘은 누리과정이 어떻게 초등교육과의 완벽한 다리를 놓았는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 무엇이 달라졌나
2019 개정 누리과정의 가장 큰 변화는 '구성 체계의 혁신'입니다. 이전 누리과정에는 없던 "누리과정의 성격과 추구하는 인간상"이 새롭게 신설되었습니다. 이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구성 방식과 동일한 틀입니다.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다섯 가지가 제시되었습니다. 건강한 사람(유아교육의 고유성 반영),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감성이 풍부한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입니다. 이 중 네 가지는 초·중등 교육과정과 동일하며, '건강한 사람'만 유아기 특성을 반영하여 강조되었습니다. 이는 유아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일관된 교육 철학을 공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김창복, 이신영(2020) 연구진은 2019 개정 누리과정 문서와 2015 개정 초등학교 교육과정 문서를 면밀히 비교 분석했습니다. 구성체계, 교사 자율성, 학습자 중심 패러다임 측면에서 두 교육과정이 어떻게 연계되는지 체계적으로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단순한 문서 비교를 넘어, 제도적 차원에서 유초연계의 기반이 어떻게 마련되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학술적 근거입니다.
교육과정 구성, 이제는 같은 언어로 말한다
과거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서로 다른 교육과정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유치원 교사가 초등 교육과정을 읽으면 낯설고, 초등 교사가 누리과정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이 장벽을 허물었습니다.
목표 체계가 대표적입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총론-목표" 부분에서 총괄목표와 세부목표를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이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목표 진술 방식과 동일합니다. 총괄목표는 "유아가 놀이를 통해 심신의 건강과 조화로운 발달을 이루고 바른 인성과 민주 시민의 기초를 형성하는 데에 있다"로 제시되었고, 이를 다섯 가지 세부목표로 구체화했습니다.
내용 구성도 간결해졌습니다. 이전 누리과정은 5개 영역, 41개 내용범주, 141개 내용으로 매우 상세했습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은 5개 영역은 유지하되, 내용범주를 대폭 축소하고 내용도 핵심만 남겼습니다. 이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이 성취기준을 제시하되 구체적 방법은 교사에게 맡기는 방식과 일맥상통합니다.
의사소통 영역, 국어교과와 어떻게 만나나
의사소통 영역은 유초연계의 가장 명확한 사례입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 의사소통 영역은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에 관심 가지기", "책과 이야기 즐기기"라는 세 가지 내용범주로 구성됩니다.
첫째, "듣기와 말하기"는 초등 1-2학년 국어과 듣기·말하기 영역과 직접 연결됩니다. 유치원에서 유아들은 놀이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말하고 듣는 경험을 쌓습니다. "친구들아, 우리 이렇게 놀이할까?", "선생님, 제 이야기 들어주세요"와 같은 자발적 의사소통이 일어납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이것이 좀 더 형식을 갖춘 발표, 토의·토론으로 발전합니다.
둘째, "읽기와 쓰기에 관심 가지기"는 초등 국어과 읽기·쓰기 영역의 기초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관심 가지기"라는 표현입니다. 유치원에서는 한글을 완벽하게 읽고 쓰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대신 글자에 호기심을 갖고, 의미 있는 글자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합니다. "엄마", "아빠", "내 이름", "친구 이름"처럼 의미 있는 글자부터 시작합니다. 초등 1학년에서는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한글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셋째, "책과 이야기 즐기기"는 초등 문학 영역과 연결됩니다. 유치원에서 그림책 읽어주기를 즐기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동화, 동시를 읽고 감상하는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경기도 그림책 프로젝트가 성공한 이유도 바로 이 연속성 때문입니다.
교사 자율성, 놀이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2019 개정 누리과정의 두 번째 핵심은 교사 자율성 보장입니다. "교사는 누리과정의 목표와 내용에 근거하여 각 유아의 특성과 경험을 고려하고, 놀이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도록 편성·운영한다"고 명시되었습니다. 구체적인 활동이나 방법을 일일이 제시하지 않고, 교사가 유아와 상황에 맞게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방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2022 개정 교육과정 모두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 권한을 강조합니다. 학습자 중심 교육,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가 융통성 있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음교육 시범사업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활동이 "교육과정 연계수업"(43.4%)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교사들이 자율성을 발휘하여 누리과정과 초등 교육과정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창의적으로 연계 활동을 설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놀이 중심이 학습자 중심으로 이어진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의 가장 큰 철학적 변화는 '유아·놀이 중심'입니다. "유아가 중심이 되는", "놀이가 살아나는" 교육과정이 슬로건입니다. 유아의 자발성, 주도성, 창의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교사는 지원자이자 관찰자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초등학교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이 바로 '학습자 주도성'입니다.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을 관리하며, 성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유치원의 '유아 중심'과 초등학교의 '학습자 중심'은 같은 철학을 공유합니다.
특히 초등 1-2학년 통합교과(봄, 여름, 가을, 겨울, 학교, 가족)는 놀이와 활동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유치원에서 자유롭게 놀이하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갑자기 책상에만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고 탐구하며 배우는 방식이 연속됩니다. 이러한 일관성이 아이들의 적응을 돕습니다.
자연탐구 영역에서 과학·수학으로
의사소통 외에 다른 영역도 연계됩니다. 자연탐구 영역의 "탐구과정 즐기기", "생활 속에서 탐구하기", "자연과 더불어 살기"는 초등 통합교과, 과학, 수학과 연결됩니다. 유치원에서 "왜 비눗방울은 동그랗게 날아갈까?", "개미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라고 궁금해하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체계적인 과학 탐구로 발전합니다.
신체운동·건강 영역의 "신체활동 즐기기", "건강하게 생활하기", "안전하게 생활하기"는 초등 체육, 보건교육, 안전교육과 이어집니다. 예술경험 영역의 "아름다움 찾아보기", "창의적으로 표현하기", "예술 감상하기"는 초등 음악, 미술과 연계됩니다. 사회관계 영역은 통합교과, 창의적 체험활동과 맞닿아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실천할까
이론적으로 잘 설계된 교육과정도 현장에서 실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김창복, 이신영(2020) 연구진은 완전한 연계를 위해 세 가지를 제언했습니다.
첫째, 관련 법규 정비가 필요합니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 초등학교는 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아 법적 체계가 다릅니다. 연계를 강화하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실제로 2023년 제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에서 유초연계가 국가 정책 과제로 명시되었습니다.
둘째, 정부부처 간 협력이 필요합니다. 유아교육은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 보육은 보건복지부, 초등교육은 교육부 학교정책실이 담당합니다. 부처 간 소통과 협력이 없으면 연계가 어렵습니다. 유보통합 추진이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합니다.
셋째, 교과 명칭 및 내용 조정에 대한 심층연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누리과정 "의사소통 영역"과 초등 "국어 교과"는 명칭이 다릅니다. 내용은 연계되지만 용어가 달라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0세부터 초등까지 통합된 용어 체계를 개발하는 것도 고려할 만합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할 수 있는 일
유치원 교사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취지를 깊이 이해하고, 초등 교육과정과의 연계 지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의사소통 영역을 운영할 때 "이것이 초등 국어과에서 어떻게 발전할까?"를 생각하면 좋습니다. 정기적으로 초등 교사와 협의회를 열어 상호 교육과정을 배우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초등 교사는 입학하는 아이들이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을 공부하고, 놀이 중심 접근을 초등 1학년 적응 활동과 통합교과에 적용하면 아이들의 전이가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초등학교에서 어떻게 발전시킬까?"라는 관점이 중요합니다.
학부모는 유치원에서 놀이만 하는 것 같아 불안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9 개정 누리과정의 놀이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배움이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의사소통 영역에서 친구와 대화하고, 그림책을 보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모두 국어 능력의 기초입니다. 학부모가 이를 이해하고 신뢰할 때 아이들도 안정감을 느낍니다.
2025년, 유초연계는 계속 진화한다
2019 개정 누리과정 시행 5년차인 2025년, 유초연계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이음교육 시범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유보통합 추진으로 0세부터 초등까지 연속적 체계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2024년 초1 적용)은 학습자 주도성을 더욱 강조하여 누리과정과의 철학적 일치도가 높아졌습니다.
교육과정은 단순한 문서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할지를 결정하는 청사진입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이 초등 교육과정과 구성체계, 자율성, 학습자 중심 철학을 공유하게 된 것은 유아기부터 아동기까지 일관된 교육을 보장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입니다. 의사소통 영역에서 시작된 연계가 모든 영역으로, 모든 학교로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김창복, 이신영(2020).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주요 개정 내용과 초등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 고찰. 한국초등교육, 31(1), 24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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