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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연구를 통해 유초연계교육을 파헤쳐보는 시간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유초연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우리 아이의 학교적응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한국아동패널 8-9차년도 종단자료를 분석한 이완정, 김미나 교수(2019)의 대규모 실증연구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7세 아동 658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초등 1학년 교사가 유초연계를 중요하게 인식할수록 더 학습자 중심적인 수업을 실행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아동의 성공적인 학교 적응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사회관계 영역에서 기른 능력이 초등학교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증적으로 입증한 연구입니다.

658명을 4년간 추적한 종단연구의 발견
이완정, 김미나(2019)는 한국아동패널(Korean Children's Panel Study) 8차(2015년, 7세)와 9차(2016년, 8세)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한국아동패널은 2008년 출생한 아동 2,150명을 매년 추적 조사하는 국가 단위 종단연구로, 육아정책연구소가 수행하는 대표성 있는 데이터입니다.
연구진은 658명의 아동과 그들의 초등 1학년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교사에게는 "유초연계교육의 중요성을 얼마나 인식하는가", "학습자중심 수업활동을 얼마나 실행하는가"를 질문했고, 아동의 학교적응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구조방정식 모델(Structural Equation Modeling)이라는 고급 통계기법으로 세 변수 간의 인과관계를 검증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교사의 유초연계 중요성 인식은 학습자중심 수업활동을 매개로 아동의 학교적응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즉, 교사 인식 → 수업 실천 → 아동 적응이라는 경로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확인되었습니다. 단순히 "유초연계가 중요하다"고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식이 실제 수업으로 구현될 때 아동에게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증거입니다.
교사 인식이 수업을 바꾼다
그렇다면 유초연계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교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수업을 할까요? 연구에서 측정한 '학습자중심 수업활동'은 다음을 포함합니다.
첫째, 아동의 흥미와 관심을 반영한 수업입니다. "오늘은 무엇을 배우고 싶니?", "이 주제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니?"처럼 아동의 의견을 듣고 수업에 반영합니다. 이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유아 중심' 철학과 정확히 연결됩니다. 유치원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선택하던 경험이 초등학교에서도 계속될 때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낍니다.
둘째, 놀이와 활동 중심 수업입니다. 초등 1학년 통합교과(봄, 여름, 가을, 겨울, 학교, 가족)는 교과서를 읽고 문제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 체험하고 탐구하며 배우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유초연계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교사일수록 이러한 활동 중심 접근을 더 적극적으로 실천했습니다.
셋째, 개별화된 지도입니다. 모든 아동을 같은 속도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수준과 특성에 맞게 지원합니다. 유치원에서는 개별 아동의 발달 속도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를 이해하는 초등 교사는 "왜 이 아이는 아직 한글을 못 읽지?"가 아니라 "이 아이는 어떤 방식으로 배우는 것을 좋아할까?"를 고민합니다.
사회관계 영역, 학교적응의 핵심
연구에서 측정한 '학교적응'은 크게 네 가지 차원으로 구성됩니다. 학교 좋아하기(학교생활 즐거움), 학습활동 적응(수업 참여, 과제 수행), 또래 적응(친구 관계), 교사 적응(교사와의 관계)입니다. 이는 2019 개정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의 세 가지 내용범주와 정확히 대응됩니다.
"나를 알고 존중하기"는 학교생활 적응의 기초입니다. 유치원에서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 "나는 할 수 있어"라는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자신감 있게 수업에 참여하고,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생활하기"는 또래 적응과 직결됩니다. 유치원에서 친구와 협력하여 놀이하고,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며, 규칙을 지키는 경험을 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도 원만한 친구 관계를 맺습니다. 실제로 초등 1학년 아동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입니다. 사회관계 영역에서 충분히 경험한 아이들은 이 과정이 훨씬 수월합니다.
"사회에 관심 갖기"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이해로 연결됩니다. 유치원에서 지역사회 기관을 방문하고, 다양한 직업에 관심을 가지며, 공동체 규칙의 중요성을 배운 아이들은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사회적 환경을 더 빨리 이해합니다.
학습자중심 수업이 매개하는 이유
왜 교사 인식이 곧바로 아동 적응으로 이어지지 않고, 학습자중심 수업을 '매개'해야 할까요? 이것이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입니다.
단순히 "유초연계가 중요하다"고 생각만 하는 교사와, 그 인식을 바탕으로 실제 수업을 바꾸는 교사는 다릅니다. 인식은 실천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인식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즉 학습자 중심적인 수업으로 구현될 때 비로소 아동에게 실질적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교사 전문성 개발에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유초연계 연수에서 단순히 "연계가 왜 중요한가"를 강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떻게 수업을 바꿀 것인가", "학습자중심 수업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까지 다뤄야 합니다. 2018년 양지애, 이정욱의 교사연수 프로그램 개발 연구가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교사 전문성, 유초연계 성공의 열쇠
이 연구는 교사 전문성이 유초연계교육의 핵심임을 실증적으로 입증했습니다.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교사들이 꼽은 가장 큰 성과가 "유초 교육과정에 대한 상호 이해도 제고"(유치원 교원 58.5%, 초등교원 76.9%)였습니다.
교사 전문성은 세 가지 차원으로 구성됩니다.
첫째, 지식입니다. 유치원 교사는 초등 교육과정을, 초등 교사는 누리과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사회관계 영역이 초등학교 통합교과, 창의적 체험활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둘째, 기술입니다. 학습자중심 수업, 놀이 기반 학습, 개별화 지도 등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교수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한 이론 학습이 아니라, 실습과 피드백을 통해 길러지는 실천적 역량입니다.
셋째, 태도입니다. 유초연계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믿고, 아동 중심 철학을 내면화하며, 협력적 태도를 갖추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는 바로 이 '태도'가 출발점임을 보여줍니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실천
초등 1학년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2019 개정 누리과정을 공부하세요. 특히 사회관계 영역의 세 가지 내용범주("나를 알고 존중하기", "더불어 생활하기", "사회에 관심 갖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입학하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알면, 그것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수업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입학 초기 적응 활동에서 학습자중심 접근을 강화하세요. 입학 첫 달은 책상에 앉아 규칙만 배우는 시간이 아닙니다. 놀이하며 친구를 사귀고, 활동하며 학교를 탐색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학교적응의 기초입니다.
셋째, 유치원 교사와 협력하세요. 정기 협의회에 참여하고, 유치원을 방문하며, 아이들의 개별 특성을 공유받으세요. 뉴질랜드의 Transition to School Statements처럼, "이 아이는 공룡을 좋아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는 정보를 알면 훨씬 효과적인 지도가 가능합니다.
유치원 교사는 사회관계 영역을 더욱 강화하세요. 또래 관계 맺기, 갈등 해결, 협력, 규칙 이해, 공동체 의식은 초등학교 적응의 핵심입니다. 단순히 "친하게 지내세요"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친구에게 놀이를 제안할까",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조정할까"를 경험하게 해주세요.
학부모는 초등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유초연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관심을 가지세요. 학부모 상담에서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서 이런 경험을 했어요", "이런 점을 어려워해요"를 구체적으로 공유하면, 교사가 개별 맞춤 지도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개인 교사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첫째, 초등 1학년 담임 교사를 위한 유초연계 의무 연수를 도입해야 합니다. 현재는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지만, 모든 초등 1학년 담임이 누리과정을 이해하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둘째,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합니다. 학습자중심 수업, 개별화 지도는 학생 수가 많으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은 한국의 학급당 학생 수는 유초연계의 큰 걸림돌입니다.
셋째, 유치원-초등학교 간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현재는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아동 정보가 거의 전달되지 않습니다. 호주, 뉴질랜드처럼 부모 동의 하에 체계적 정보 공유가 가능한 제도가 필요합니다.
658명이 증명한 진실
한국아동패널 658명의 데이터가 증명한 것은 명확합니다. 교사의 인식이 중요하고, 그 인식이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며, 학습자중심 수업이 아동의 학교적응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사회관계 영역에서 기른 능력이 초등학교 적응의 핵심이라는 점도 재확인되었습니다.
우리 아이의 초등학교 적응은 운이 아닙니다. 체계적으로 준비되고,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하며,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협력할 때 모든 아이가 성공적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유초연계교육이 지향하는 목표이며, 658명의 아이들이 실증적으로 보여준 희망입니다.
참고문헌
이완정, 김미나(2019). 유초연계의 중요성에 대한 초등 1학년 교사의 인식이 학습자중심 수업활동을 매개로 아동의 학교적응에 미치는 영향. 한국보육지원학회지,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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