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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연계교육 중 초등학교에서의 활동은 어떨까요? 초등학교 입학 첫 달,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적응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최일선(2020)은 전국 7개 시도교육청(서울, 경기, 인천, 대전, 충남, 전남, 경남)의 입학 초기 적응활동 교재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모든 프로그램이 2019 개정 누리과정 5개 영역(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학교생활적응, 기본생활습관, 또래관계 형성이 공통적으로 강조되었고,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창의적 접근도 돋보였습니다. 오늘은 입학 첫 달 교재 분석을 통해 누리과정이 초등학교에서 어떻게 완성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입학 첫 달, 왜 특별한가
초등학교 입학 후 첫 한 달은 아동의 학교생활 전체를 좌우하는 결정적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입학 초기 적응활동 기간'이라고 부르며, 전국 모든 초등학교는 3월 첫 3-4주 동안 정규 교과 수업 대신 특별한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최일선(2020) 연구진은 왜 각 시도교육청이 별도의 교재를 개발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있는데도 시도별로 다른 자료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구진은 서울, 경기, 인천, 대전, 충남, 전남, 경남 7개 시도의 교재를 수집하여 내용분석법(content analysis)으로 체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모든 교재가 누리과정 5개 영역의 연속성을 고려하면서도, 각 지역의 교육철학과 특성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이 강조하는 '자율성'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교육과정 재구성'이 입학 초기부터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5가지 공통 구성 요소
7개 시도교육청 교재는 표면적으로 다르게 보였지만, 핵심 구성 요소는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습니다. 학교생활적응, 기본생활습관, 친구 및 가족관계, 기초학습능력, 안전교육이라는 다섯 가지 범주가 모든 교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첫째, 학교생활적응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우리 학교 탐험하기", "교실 살펴보기", "급식실 이용하기", "화장실 찾아가기"처럼 물리적 환경에 익숙해지는 활동부터, "수업 시간 바르게 앉기", "발표할 때 손 들기", "쉬는 시간 활용하기"같은 학교 문화 이해까지 포함됩니다. 이는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의 "사회에 관심 갖기"가 학교라는 구체적 사회로 확장된 것입니다.
둘째, 기본생활습관은 누리과정 신체운동·건강 영역의 "건강하게 생활하기"와 직접 연결됩니다.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기", "스스로 준비물 챙기기", "책상 정리정돈하기", "식사 예절 지키기" 등이 포함됩니다. 유치원에서 기른 자기관리 능력을 초등학교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연습입니다.
셋째, 친구 및 가족관계는 사회관계 영역의 핵심입니다. "자기소개하기", "친구 이름 외우기", "함께 놀이하기", "갈등 해결하기"는 "더불어 생활하기"의 연장입니다. 일부 교재는 가족에게 학교생활 이야기하기, 가족과 함께하는 활동 등을 포함하여 가정-학교 연계를 강화했습니다.
넷째, 기초학습능력은 의사소통 영역과 자연탐구 영역의 기초입니다. 한글과 수 개념을 본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내 이름 쓰기", "선생님 말씀 듣기", "순서 지키기", "물건 세기"처럼 학습의 기초가 되는 태도와 기능을 다룹니다. "읽기와 쓰기에 관심 가지기", "수와 연산의 기초 개념 알아보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다섯째, 안전교육은 신체운동·건강 영역의 "안전하게 생활하기"를 학교 맥락으로 구체화합니다. "등하교 안전", "교통안전", "재난대비 훈련", "유괴 예방", "성폭력 예방" 등 초등학생으로서 알아야 할 안전 지식과 대처법을 배웁니다.
지역별 특성, 창의적 다양성
공통 요소가 있지만, 시도별로 독특한 특성도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이 연구의 가장 흥미로운 발견입니다.
서울시교육청 교재는 '서울형 혁신교육'을 반영하여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했습니다. "우리 반 약속 만들기", "친구 의견 존중하기", "함께 결정하기"처럼 참여와 협력을 중시합니다. 이는 사회관계 영역의 "더불어 생활하기"를 민주적 의사결정 경험으로 심화한 것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혁신학교' 철학을 담아 놀이 중심 접근을 강화했습니다. 입학 첫 주에 교과서를 펼치지 않고, 놀이와 체험으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의 '놀이 중심'이 초등학교에서도 연속되는 모범 사례입니다.
인천시교육청은 인천의 지리적 특성(항구도시, 국제도시)을 반영하여 다문화교육을 강조했습니다. "다양한 친구 이해하기", "여러 나라 인사법", "함께 사는 세상" 등이 포함되어, 다문화가정 아동의 적응을 돕고 모든 아동의 포용성을 기릅니다.
대전시교육청은 과학도시 특성을 살려 호기심과 탐구를 자극하는 활동이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궁금한 것 찾기", "새로운 것 탐험하기"는 자연탐구 영역의 "탐구과정 즐기기"와 연결됩니다.
충남, 전남, 경남 등 비수도권 지역은 공동체 의식과 전통문화 체험을 강조했습니다. "우리 마을 알기", "지역 축제 이야기",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하기" 등은 사회관계 영역의 "사회에 관심 갖기"를 지역 맥락으로 구체화한 것입니다.
누리과정 5개 영역, 이렇게 완성된다
입학 초기 적응활동 교재 분석은 누리과정 5개 영역이 초등학교에서 어떻게 완성되는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신체운동·건강 영역의 "신체활동 즐기기"는 체육 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 점심시간 신체활동으로 이어집니다. "건강하게 생활하기"는 급식 예절, 개인위생, 규칙적 생활습관으로 구체화됩니다. "안전하게 생활하기"는 학교 안팎의 다양한 위험 상황 대처로 확장됩니다.
의사소통 영역의 "듣기와 말하기"는 선생님 말씀 듣기, 친구 이야기 경청하기, 자기 생각 표현하기로 발전합니다. "읽기와 쓰기에 관심 가지기"는 내 이름표 찾기, 교실 게시물 읽기, 알림장 쓰기 등으로 실생활과 연결됩니다. "책과 이야기 즐기기"는 학급문고 이용, 그림책 읽어주기로 지속됩니다.
사회관계 영역의 "나를 알고 존중하기"는 자기소개, 내가 잘하는 것 발표, 칭찬 스티커 받기 등으로 자아존중감을 높입니다. "더불어 생활하기"는 친구 사귀기, 협력 놀이, 갈등 해결, 규칙 지키기로 심화됩니다. "사회에 관심 갖기"는 학교 탐험, 지역사회 알기, 공동체 의식 기르기로 확장됩니다.
예술경험 영역의 "아름다움 찾아보기"는 학교 환경 감상, 계절 변화 느끼기로 이어집니다. "창의적으로 표현하기"는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율동하기로 계속됩니다. "예술 감상하기"는 친구 작품 감상, 학교 게시작품 보기로 일상화됩니다.
자연탐구 영역의 "탐구과정 즐기기"는 학교에서 궁금한 것 발견하기, 관찰하기, 비교하기로 발전합니다. "생활 속에서 탐구하기"는 교실 물건 세기, 순서 정하기, 규칙 찾기 등 수학적·과학적 사고의 기초가 됩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기"는 운동장 나무 관찰, 날씨 알아보기, 계절 느끼기로 이어집니다.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실천 가이드
초등 1학년 교사는 입학 초기 적응활동을 설계할 때 몇 가지를 유념해야 합니다.
첫째, 누리과정 5개 영역의 균형을 고려하세요. 학교생활 규칙만 강조하다 보면 사회관계에 편중될 수 있습니다. 신체활동, 예술 표현, 자연 탐구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둘째, 지역과 학교 특성을 반영하세요. 7개 시도교육청 교재가 보여주듯, 획일적 프로그램보다 학교와 아동의 맥락에 맞춘 창의적 접근이 효과적입니다. 우리 학교만의 강점과 자원을 활용하세요.
셋째, 놀이와 활동 중심을 유지하세요. 경기도교육청처럼 첫 주에는 교과서를 펼치지 않고 놀이로만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들이 "학교가 재미있어요"라고 느끼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넷째, 개별 아동의 적응 속도를 존중하세요. 유치원을 다닌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 발달 수준이 다른 아동들이 섞여 있습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찰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유치원 교사는 입학 준비를 할 때 5개 영역의 균형잡힌 발달에 집중하세요. 특히 사회관계 영역(친구 사귀기, 갈등 해결, 규칙 지키기)과 신체운동·건강 영역(기본생활습관, 안전)이 초등 적응의 핵심입니다. "한글을 다 떼야 해요"보다 "혼자서 화장실 갈 수 있어요", "친구와 사이좋게 놀아요"가 더 중요합니다.
학부모는 입학 첫 달 가정에서 어떻게 도울까요?
첫째,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확립하세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아침 식사하고, 등교 준비하는 루틴이 중요합니다.
둘째, 학교생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오늘 학교에서 뭐 했어?"보다 "가장 재미있었던 건 뭐였어?"처럼 구체적으로 물으면 아이가 더 많이 이야기합니다.
셋째, 과도한 기대를 내려놓으세요. 첫 달은 적응이 목표입니다. 학습 진도를 걱정하기보다 아이가 학교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 먼저입니다.
평가의 부재, 개선 과제
연구는 중요한 문제점도 발견했습니다. 과반수 이상의 학교에서 입학 초기 적응활동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활동은 열심히 하지만, 그것이 아동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점검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효과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관찰 중심 평가입니다. 지필평가나 점수가 아니라, 교사가 아동의 행동과 반응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둘째, 형성평가 개념입니다. 적응활동이 끝난 후 일회성 평가가 아니라, 매일 또는 매주 점검하며 프로그램을 조정해야 합니다.
셋째, 다면적 평가입니다. 교사 관찰뿐 아니라 아동의 목소리, 학부모 피드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도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체계적 평가가 있을 때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우수사례가 확산될 수 있습니다.
입학 첫 달이 1년을 결정한다
입학 초기 적응활동은 단순히 첫 달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시기의 경험이 학교에 대한 첫인상을 형성하고, 학습 태도의 기초를 다지며, 교사 및 또래 관계의 토대를 만듭니다. 긍정적으로 시작한 아동은 1년 내내, 나아가 초등 6년 내내 학교를 좋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국 7개 시도교육청의 교재 분석이 보여준 것은 명확합니다. 누리과정 5개 영역은 단절되지 않고 초등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지역별 창의적 접근이 가능하고, 평가와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입학 첫 달,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의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교사, 학부모, 정책입안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최일선(2020). 초등학교 1학년 아동의 입학 초기 적응활동 분석: 입학 초기 적응활동 교재를 중심으로. 경인교육대학교 교육연구원 교육논총, 40(4), 39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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