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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유초연계교육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넘어갈 때(유초연계교육), 세계의 선진국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경인교대 김호, 장혜진(2022)의 연구를 보면, 영국, 핀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의 유초연계 정책을 분석한 결과, 이들 국가는 신체운동·건강부터 예술경험까지 누리과정의 모든 영역에서 일관된 연속성을 보장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들은 구조적 조건이 잘 갖춰진 상태에서 연계교육을 실시하며, 교육과정뿐 아니라 물리적 공간까지 연결하는 통합적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국제적 모범 사례를 통해 한국 이음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왜 해외 사례를 봐야 할까
한국의 2019 개정 누리과정과 이음교육 시범사업은 국제적 추세와 얼마나 부합할까요? 김호, 장혜진(2022) 연구진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영국, 핀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국가수준 교육과정과 정책 문서를 체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5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유초연계가 가장 잘 이루어진 곳으로 평가받습니다.
연계교육의 네 측면: 계속성, 연결성, 협력성, 다양성
연구진은 네 가지 측면에서 각국을 비교했습니다. 계속성(continuity)은 교육내용과 방법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가, 연결성(connection)은 교육과정 문서가 실제로 연결되어 있는가, 협력성(collaboration)은 기관과 교사 간 협력이 일어나는가, 다양성(diversity)은 모든 아동의 요구에 대응하는가를 의미합니다. 이 네 가지는 한국의 누리과정 5개 영역(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을 관통하는 원리이기도 합니다.
영국: 평가로 연속성을 보장하다
영국은 0-5세를 위한 EYFS(Early Years Foundation Stage)와 5-7세를 위한 Key Stage 1을 운영합니다. 가장 독특한 점은 유아의 학습목적 도달 평가(Early Learning Goals)를 교육과정에 명시적으로 포함시켰다는 것입니다.
EYFS는 7개 학습영역으로 구성됩니다. 의사소통과 언어, 신체 발달, 개인적·사회적·정서적 발달(핵심 3개 영역), 그리고 읽기쓰기, 수학, 세계 이해, 표현예술과 디자인(특정 4개 영역)입니다. 이는 한국 누리과정 5개 영역과 매우 유사한 구조입니다.
핵심은 평가 시스템입니다. 만 5세가 되면 모든 아동은 Early Learning Goals 달성 여부를 평가받습니다. "신체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가", "글자에 관심을 보이는가", "친구와 협력하는가" 등 17개 목표가 설정되어 있고, 교사는 관찰을 통해 아동의 도달 수준을 기록합니다. 이 정보는 초등학교에 전달되어 개별 맞춤 교육의 기초 자료로 활용됩니다.
한국 누리과정은 평가를 간략화하여 교사 부담을 줄였지만, 영국 사례는 체계적 평가가 연속성 보장에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평가가 아동을 선별하는 도구가 아니라, 각 아동의 강점과 필요를 파악하여 다음 단계 교육을 설계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것입니다.
핀란드: 0세부터 9세까지 하나의 교육과정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일관된 교육과정 체계를 자랑합니다. 0-6세를 위한 국가수준 영유아교육과정(National Core Curriculum for ECEC)과 7-16세를 위한 기초교육과정(National Core Curriculum for Basic Education)이 완벽하게 연결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동 관점의 강조'입니다. 핀란드 영유아교육과정은 "아동은 능동적 행위자이자 학습자"라는 철학을 명시하고, 모든 계획에 아동이 참여할 권리를 보장합니다. 이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유아 중심' 철학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핀란드의 학습영역도 흥미롭습니다. 사고와 배우기를 배우기, 문화적 역량·상호작용·자기표현, 자기 돌보기와 일상기술, 다양한 소양, 나와 타인에 대한 이해 등 5개로 구성되는데, 이는 신체운동·건강(자기 돌보기), 의사소통(문화적 역량), 사회관계(나와 타인 이해), 예술경험(자기표현), 자연탐구(사고와 배우기)와 대응됩니다.
핀란드가 강조하는 것은 '연속성(continuity)' 개념입니다. 0세부터 시작된 배움이 6세에 멈추지 않고, 7세 초등 입학 후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놀이 중심 접근이 초등 저학년까지 유지되며, 형식적 학습은 점진적으로 도입됩니다. 한국도 이음교육을 통해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캐나다: 물리적 공간까지 연결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Full-Day Early Learning Kindergarten Program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유초연계 모델로 평가받습니다. 만 4-5세 아동이 초등학교 건물 안에서 하루 종일(Full-Day)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구조입니다.
가장 혁신적인 점은 물리적 공간의 연결입니다. 유치원 교실이 초등학교 1학년 교실과 같은 건물, 때로는 같은 복도에 위치합니다. 아이들은 매일 초등학생 형, 누나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학교에 익숙해집니다. 쉬는 시간에는 함께 운동장에서 놀기도 합니다.
교육과정도 독특합니다. 4개 학습영역(소속감과 기여, 자기조절과 웰빙, 표현능력, 문제해결과 혁신)이 설정되어 있고, 놀이 기반 학습(play-based learning)을 초등 1학년까지 연장합니다. 신체운동·건강 영역의 '건강하게 생활하기'가 '자기조절과 웰빙'으로, 예술경험 영역의 '창의적으로 표현하기'가 '표현능력'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한국에서도 병설유치원(초등학교 내 유치원)이 있지만, 공간적 연계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캐나다 사례는 물리적 환경이 아동의 전이 불안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을 보여줍니다.
호주: 다양성에 대응하는 역량 준비
호주는 다문화 국가답게 '다양성(diversity)' 대응을 유초연계의 핵심으로 봅니다. 0-5세를 위한 EYLF(Early Years Learning Framework)와 5-8세를 위한 Australian Curriculum이 연결되는데, 모든 아동의 문화적 배경, 언어, 능력을 존중하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습니다.
EYLF는 5개 학습성과(Learning Outcomes)를 제시합니다. 아동은 강한 정체성을 발달시키고, 세계와 연결되며, 강한 웰빙을 느끼고, 자신감 있고 참여적인 학습자가 되며,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사람이 됩니다. 이는 누리과정의 '추구하는 인간상'(건강한 사람,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감성이 풍부한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과 철학을 공유합니다.
호주가 강조하는 것은 '관계의 중요성'입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가 긴밀히 협력하고, 부모와 지역사회가 참여하며, 아동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성공적 전이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특히 원주민, 이민자, 장애 아동 등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위한 맞춤형 전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한국도 다문화가정, 특수교육 대상 아동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음교육 시범사업 결과 특수아, 다문화가정 아동에게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었다는 점에서, 호주의 포용적 접근은 중요한 참고점이 됩니다.
뉴질랜드: 전이를 총체적 과정으로
뉴질랜드는 유초연계를 가장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나라입니다. 0-5세를 위한 Te Whāriki(마오리어로 '짠 매트')와 5세 이상을 위한 The New Zealand Curriculum이 연결되는데, '전이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 과정'이라는 관점을 강조합니다.
Te Whāriki는 4개 원리(임파워먼트, 총체적 발달, 가족과 지역사회, 관계)와 5개 가닥(웰빙, 소속감, 기여, 의사소통, 탐구)으로 구성됩니다. '탐구(exploration)' 가닥은 자연탐구 영역과, '의사소통' 가닥은 의사소통 영역과 직접 연결됩니다.
뉴질랜드가 독특한 점은 '협력'을 제도화했다는 것입니다. Transition to School Statements라는 문서를 통해 유치원 교사가 아동의 학습 여정을 초등 교사에게 전달합니다. 단순한 평가 결과가 아니라, "이 아이는 공룡에 관심이 많고, 친구와 협력 놀이를 즐기며, 그림 그리기로 감정을 표현한다"와 같은 서사적 기록입니다. 초등 교사는 이를 바탕으로 아동을 깊이 이해하고 맞춤 교육을 설계합니다.
한국 이음교육에 주는 시사점
5개국 사례가 한국에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첫째, 유초연계는 구조적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실시되어야 합니다. 교육과정의 명확한 연결, 법적 근거, 예산 지원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2023년 제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에 유초연계가 명시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더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둘째, 장기적 경험의 연속성이 중요합니다. 유치원 3년, 초등 1-2학년, 나아가 초등 3학년까지 일관된 철학과 접근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인천의 숲활동 중심 유·보·초 연계 프로그램(만 2세-초3)이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교육체계 내 파트너십이 필수입니다. 영국의 평가 연계, 핀란드의 교육과정 통합, 캐나다의 공간 연결, 호주의 다양성 대응, 뉴질랜드의 협력 제도화는 모두 기관 간 긴밀한 파트너십 위에서 가능했습니다. 한국도 정기 협의회, 공동 연수, 상호 참관을 제도화해야 합니다.
넷째, 취학전부터 초·중등까지 연결되는 국가 교육과정 개발이 필요합니다. 현재 누리과정(교육부·복지부), 초등 교육과정(교육부), 보육과정(복지부)이 분절되어 있습니다. 유보통합과 함께 0세부터 초등까지 통합적 교육과정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
교사는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창의적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영국처럼 체계적 관찰 기록을 남겨 초등학교와 공유하고, 캐나다처럼 공간적 연결을 활용하며(병설유치원의 경우), 뉴질랜드처럼 아동의 학습 여정을 서사적으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는 유초연계가 세계적 추세이며, 한국이 국제 수준에 맞춰 발전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영국, 핀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모두 놀이 중심, 아동 중심 접근을 강조하며, 학업적 준비보다 사회정서적 준비를 우선합니다. 우리 아이가 누리과정 5개 영역에서 균형잡힌 발달을 이루도록 신뢰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정책입안자는 국제 모범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형 모델을 정교화해야 합니다.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은 좋은 출발점이지만, 영국의 평가 시스템, 핀란드의 교육과정 통합, 캐나다의 물리적 연계, 호주의 다양성 대응, 뉴질랜드의 협력 제도를 선택적으로 도입하여 한국 맥락에 맞게 발전시켜야 합니다.
세계는 이미 유초연계를 넘어 영유아부터 초등까지 통합적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2019 개정 누리과정과 이음교육은 국제적 추세에 부합하며, 우리만의 강점(높은 교육열, 우수한 교사 역량, 정부의 정책 의지)을 발휘할 때 세계 최고 수준의 유초연계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김호, 장혜진(2022). 해외 유·보 및 유·초 연계의 방향과 지원 사례 분석을 통한 이음교육 시사점 탐색. 경인교육대학교 교육연구원 교육논총, 42(4), 245-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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