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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연계교육 8]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의 징검다리

📑 목차

    유초연계교육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뭐가 적절할까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연결하는 가장 아름다운 메타포는 무엇일까요?

     

    부산 금정유치원과 금정초등학교가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에서 선택한 답은 '징검다리'였습니다.

     

    문무경, 강규돈(2022)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초등교원의 53.8%가 "연계기관 간의 공동행사 개최"를 가장 성공적인 활동으로 선택했고, 그 대표 사례가 바로 부산의 징검다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징검다리를 한 발씩 건너며 안전하게 강을 건너듯,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두려움 없이 나아가도록 돕는다는 철학이 담긴 이 프로그램은 2019 개정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의 "사회에 관심 갖기"를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사회로 확장하는 완벽한 모델이었습니다.

     

    유초연계교육,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의 징검다리

    왜 징검다리인가, 메타포의 힘

    부산 금정구 지역의 교사들이 모여 이음교육 주제를 논의하던 중, 한 교사가 제안했습니다.

     

    "우리 프로그램의 이름을 '징검다리'로 하면 어떨까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연결하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 말이에요."

     

    이 제안은 즉시 채택되었고, 1년 동안 모든 활동의 중심 메타포가 되었습니다.

     

    징검다리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 연결입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강 양쪽 언덕처럼 떨어져 있지만, 징검다리가 있으면 건널 수 있습니다.

     

    둘째, 안전입니다. 물에 빠지지 않고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돌처럼, 유초연계교육은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이하도록 돕습니다.

     

    셋째, 과정입니다. 징검다리는 한 번에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한 발씩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입니다. 유초연계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 과정입니다.

     

    이 메타포는 아이들에게도 직관적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유치원 돌에 서 있고, 곧 초등학교 돌로 건너갈 거예요. 무섭지 않아요, 선생님들이 튼튼한 징검다리를 만들어주셨거든요." 이러한 설명은 전이에 대한 두려움을 기대로 바꾸는 마법 같은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53.8%가 선택한 공동행사의 힘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 결과, 초등교원의 53.8%가 "연계기관 간의 공동행사 개최"를 가장 성공적인 활동으로 꼽았습니다. 이는 유치원 교원이 선택한 "교육과정 연계수업"(43.4%)과 대비됩니다. 왜 초등 교사들은 공동행사를 더 중요하게 봤을까요?

     

    첫째, 가시적 효과입니다. 교육과정 연계는 전문적이고 중요하지만,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공동행사는 아이들의 표정, 반응, 변화가 현장에서 직접 관찰됩니다. 초등 교사들은 "유아들이 우리 학교를 무서워하지 않고 기대하는구나", "우리 학생들이 동생들을 돌보며 책임감을 느끼는구나"를 체감했습니다.

     

    둘째, 정서적 연결입니다. 교육과정은 지적·인지적 연계라면, 공동행사는 정서적·관계적 연계입니다. 사회관계 영역의 핵심인 "더불어 생활하기", "사회에 관심 갖기"는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며 체득하는 것입니다. 공동행사에서 유아와 초등학생이 손을 잡고, 함께 웃고, 협력하며 놀 때 진정한 연결이 일어납니다.

     

    셋째, 학교 문화 체험입니다. 유아들이 초등학교에 방문하여 운동장에서 뛰고,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체육관에서 행사를 하는 경험은 그 어떤 교육보다 강력합니다. 낯선 공간이 친숙한 공간으로 바뀌고, 두려운 곳이 기대되는 곳으로 전환됩니다.

    징검다리 프로그램, 1년의 여정

    부산 금정유치원-금정초등학교의 징검다리 프로그램은 2022년 3월부터 12월까지 체계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3월: 징검다리 첫 만남. 유치원 만 5세 유아들이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1학년 교실을 구경하고, 운동장을 탐험했습니다. 초등 1학년 학생들은 동생들에게 "여기가 화장실이고, 여기가 도서관이야"라고 안내했습니다. 이 활동은 사회관계 영역의 "사회에 관심 갖기"를 초등학교라는 구체적 사회로 확장한 것입니다.

     

    5월: 징검다리 운동회.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공동으로 미니 운동회를 개최했습니다. 유아와 초등학생이 한 팀이 되어 이어달리기, 공 던지기,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신체운동·건강 영역의 "신체활동 즐기기"와 사회관계 영역의 "더불어 생활하기"가 통합된 활동이었습니다. 유아들은 형, 누나들과 함께 뛰며 "나도 저렇게 잘 달릴 수 있을 거야"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7월: 징검다리 여름 축제. 물놀이, 비눗방울, 전통놀이 등 여름 관련 체험을 함께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놀이 부스를 운영하고, 유아들이 참여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예술경험 영역의 "예술 감상하기"(전통놀이의 아름다움)와 자연탐구 영역의 "생활 속에서 탐구하기"(물과 비눗방울의 과학)가 어우러졌습니다.

     

    9월: 징검다리 독서 행사. 초등학생들이 유치원을 방문하여 유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의사소통 영역의 "책과 이야기 즐기기"가 또래 멘토링으로 확장된 활동이었습니다. 유아들은 "나도 초등학교 가면 글자를 읽을 수 있어"라는 동기를 얻었고, 초등학생들은 책임감과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11월: 징검다리 학예회. 유치원은 노래와 춤, 초등학교는 연극과 악기 연주를 선보이고 서로 감상했습니다. 예술경험 영역의 "창의적으로 표현하기", "예술 감상하기"가 실현되었고, 유아들은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멋진 것도 하는구나"를 보며 기대를 키웠습니다.

     

    12월: 징검다리 종합 행사. 1년을 마무리하며 학부모, 교사, 아동이 모두 참여하는 나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아들이 만든 작품, 사진, 영상을 전시하고, 소감을 나눴습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유아들이 "빨리 초등학교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정기 협의회, 보이지 않는 성공의 열쇠

    공동행사의 성공 뒤에는 교사들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습니다.

    금정유치원과 금정초등학교 교사들은 월 2회 정기 협의회를 운영했습니다. 이는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 "교사 간 소통 시간 부족"(58.5%)을 극복한 모범 사례입니다.

     

    협의회에서는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첫째, 상호 교육과정 이해였습니다. 유치원 교사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을 설명하고, 초등 교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사회관계 영역에서 이런 활동을 해요", "1학년 통합교과에서는 이렇게 배워요"라고 구체적으로 공유하며 상호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둘째, 개별 아동 정보 공유였습니다. "이 아이는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어요", "이 아이는 신체활동을 좋아해요"처럼 개별 특성을 논의했습니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학부모 동의를 받았고, 교육적 목적에 한정하여 공유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초등 입학 후 맞춤형 지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셋째, 행사 기획 및 평가였습니다. 다음 공동행사를 어떻게 설계할지, 지난 행사에서 무엇이 좋았고 무엇을 개선할지 솔직하게 논의했습니다. 처음에는 형식적이던 협의회가 점점 깊이 있고 실질적인 대화의 장으로 발전했습니다.

    학부모 교육, 가정-학교 연계의 완성

    금정유치원-금정초등학교는 학부모 참여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에서 두 번째로 큰 어려움이 "학부모 교육 미진"(34.6%)이었는데, 이를 극복한 또 하나의 모범 사례입니다.

     

    학기 초 학부모 설명회에서 "징검다리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유초연계가 왜 중요한가", "가정에서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안내했습니다. 특히 사회관계 영역(친구 사귀기, 갈등 해결, 규칙 지키기)과 신체운동·건강 영역(기본생활습관, 안전)이 학교 적응의 핵심임을 강조했습니다.

     

    학기 중 학부모 참여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징검다리 운동회, 여름 축제 등에 학부모가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행사를 돕고, 아이들의 활동을 가까이서 관찰했습니다. 이를 통해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초등학생들과 잘 어울리는구나", "학교가 생각보다 따뜻한 곳이구나"를 체감했습니다.

     

    학기 말 학부모 간담회에서는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낸 선배 학부모와 예비 학부모가 만나 조언을 나눴습니다. "첫 달은 이렇게 준비하세요", "이런 부분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라는 실질적 정보 교환이 일어났습니다. 학부모 만족도가 평균 3.94점(5점 만점)으로 높게 나온 배경입니다.

    징검다리를 건넌 아이들의 변화

    1년의 징검다리 프로그램을 마친 후, 가장 극적인 변화는 아이들의 태도였습니다. 프로그램 시작 전 "초등학교 가는 게 무서워요"라고 말하던 아이들이, 프로그램 종료 후 "빨리 초등학교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두려움이 기대로, 불안이 설렘으로 바뀐 것입니다.

     

    사회관계 영역의 발달도 두드러졌습니다.

    초등학생 형, 누나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통해 "더불어 생활하기"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이야기로 해결하기", 규칙의 중요성 이해하기, 서로 돕기 등이 자연스럽게 체득되었습니다.

     

    "사회에 관심 갖기"도 확장되었습니다.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구체적 이해가 생겼습니다. "초등학교에는 도서관이 있어", "급식실에서 밥을 먹어", "쉬는 시간이 있어" 등 사실적 정보를 알게 되면서 학교가 낯선 곳이 아니라 친숙한 곳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징검다리 만들기

    부산 금정유치원-금정초등학교의 성공은 특별한 예산이나 시설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교사들의 열정, 체계적 계획, 지속적 실행이 만든 결과입니다. 다른 기관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의미 있는 메타포를 찾으세요. '징검다리'처럼 유초연계를 상징하는 우리만의 주제를 정하면 모든 활동에 일관성과 의미가 생깁니다. '다리', '무지개', '날개', '씨앗' 등 다양한 메타포가 가능합니다.

     

    둘째, 공동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세요. 학기당 2-3회, 연간 4-6회가 적당합니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 만남이 중요합니다. 운동회, 독서 행사, 학예회, 체험활동 등 다양한 형식을 활용하세요.

     

    셋째, 교사 협의와 학부모 소통을 제도화하세요. 공동행사의 성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준비와 협력에 달려 있습니다. 정기 협의회, 학부모 설명회, 평가회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하세요.

     

    53.8%의 초등교원이 선택한 공동행사, 징검다리 메타포가 만든 기적은 우리 모두가 만들 수 있습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사이에 튼튼한 징검다리를 놓을 때, 우리 아이들은 안전하고 행복하게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문무경, 강규돈(2022). 유·초 연계교육 운영 모델 개발 연구: 이음교육 시범사업을 중심으로. 육아정책연구소 연구보고 20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