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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연계교육 12] 2019 개정 누리과정을 통해 유초연계의 수준을 높이다

📑 목차

    유초연계교육을 단순히 학교에 적응한다는 개념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한 것이 무엇일까요?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유초연계교육의 수준을 높인 것은 바로 개정된 누리과정 덕분입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은 단순히 교육과정 문서를 고친 것이 아니라,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하나의 연속된 배움의 여정으로 만든 역사적 전환점입니다. 2020년 3월 시행 이후 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 5개 영역 모두가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김창복, 이신영(2020)의 연구는 이 연계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누리과정이 유초연계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였음을 실증했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가는 길이 더 이상 낯선 도약이 아닌,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 되었습니다.

     

    유초연계교육의 수준을 높인 누리과정

    2019 개정 누리과정, 무엇이 달라졌나?

    2019년 7월 고시되어 2020년 3월부터 시행된 개정 누리과정의 핵심 키워드는 "유아·놀이 중심"입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님들이 놓치는 더 중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교육과정 구성 체계가 초·중등 교육과정과 연계되었다는 점입니다.

     

    김창복, 이신영(2020)의 연구는 2019 개정 누리과정과 2015 개정 초등학교 교육과정 문서를 구성체계, 교사 자율성, 학습자 중심 패러다임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019 개정 누리과정이 유·초 연계 수준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누리과정의 성격과 추구하는 인간상'을 신설한 것입니다. 이전 누리과정에는 없었던 이 부분이 추가되면서,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부분적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유사한 구성 체계가 정립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변화가 아닙니다. 유치원 교사와 초등학교 교사가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공통의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추구하는 인간상: 유치원에서 초등학교까지 하나의 여정

    2019 개정 누리과정이 제시한 추구하는 인간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건강한 사람 (유아교육의 고유성 반영)
    • 자주적인 사람
    • 창의적인 사람
    • 감성이 풍부한 사람
    • 더불어 사는 사람

    이 중 '건강한 사람'을 제외한 네 가지는 초·중등 교육과정의 추구하는 인간상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건강한 사람'은 유아기 발달 특성을 고려하여 유아교육의 고유성을 반영한 것으로, 누리과정 신체운동·건강 영역의 핵심 가치를 대표합니다.

     

    2022년 육아정책연구소의 대규모 연구에서 유치원 교원의 94.3%가 유초연계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은(문무경, 강규돈, 2022), 이러한 인간상의 연속성이 현장에서 실감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교사들은 이제 "우리 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가서도 같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5개 영역, 초등교육과 자연스럽게 만나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의 5개 영역은 각각 초등학교 교과 및 교육활동과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영역별로 구체적인 연계 지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신체운동·건강 영역: 초등 체육, 보건교육으로

    신체운동·건강 영역은 '신체활동 즐기기', '건강하게 생활하기', '안전하게 생활하기'의 내용범주로 구성됩니다. 이는 초등학교 체육 교과의 '건강', '도전', '경쟁', '표현', '안전' 영역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특히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영역 내용을 대폭 축소하여 교사가 유아의 발달과 흥미에 맞춰 자유롭게 활동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초등 저학년 체육에서 강조하는 '놀이를 통한 신체활동'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유치원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서도 체육 시간을 즐거운 놀이로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의사소통 영역: 초등 국어, 듣기·말하기·읽기·쓰기의 기초

    의사소통 영역은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에 관심 가지기', '책과 이야기 즐기기'로 구성됩니다. 2019 개정의 핵심은 "관심 가지기"라는 표현입니다. 유치원에서는 한글을 완벽하게 읽고 쓰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글자에 관심을 갖고, 책을 즐기며,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경험을 쌓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는 이러한 기초 위에서 체계적인 문해 교육을 시작합니다. 2017년 조혜진, 김수연 교수의 연구에서 학부모의 학습지도 요구가 교사의 큰 어려움으로 나타났는데,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의사소통 영역은 읽기·쓰기 '관심 가지기'가 목표"임을 명확히 하여 불필요한 선행학습 압력을 줄였습니다.

    사회관계 영역: 초등 통합교과, 민주시민 교육의 출발

    사회관계 영역은 '나를 알고 존중하기', '더불어 생활하기', '사회에 관심 갖기'로 구성됩니다. 이는 초등학교 통합교과(바른생활, 슬기로운생활, 즐거운생활)의 핵심 가치인 자율, 배려, 협력, 참여와 정확히 연결됩니다.

     

    호주의 Sue Dockett과 Bob Perry 교수의 20년 종단연구는 성공적인 학교 전이를 위해 비학업적 기술(공감, 자기조절, 사회적 기술)이 학업적 준비도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사회관계 영역은 바로 이러한 비학업적 기술을 기르는 핵심 영역입니다.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에서 학교 적응에 가장 큰 효과를 보인 것도 사회관계 능력이 향상된 아이들이었습니다. 초등교원의 77.0%가 유아들이 초등학교에 잘 적응할 것으로 기대했고, "적응을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0%였습니다(문무경, 강규돈, 2022).

    예술경험 영역: 초등 음악·미술, 창의성의 연결고리

    예술경험 영역은 '아름다움 찾아보기', '창의적으로 표현하기', '예술 감상하기'로 구성됩니다. 2019 개정의 특징은 "과정 중심 예술 경험"을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유아가 탐색하고 표현하는 과정 자체를 중시합니다.

     

    이는 2015 개정 초등 음악·미술 교과의 방향과 일치합니다. 초등 예술교과도 작품 제작보다는 다양한 재료와 방법을 탐색하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중시합니다. 유치원에서 물감으로 자유롭게 그리며 놀던 아이가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도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자연탐구 영역: 초등 수학·과학, 탐구하는 즐거움

    자연탐구 영역은 '탐구과정 즐기기', '생활 속에서 탐구하기', '자연과 더불어 살기'로 구성됩니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탐구과정 즐기기"입니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궁금한 것을 관찰하고, 예측하고, 실험해보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수학·과학 교과도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과정 중심 평가, 탐구 중심 학습을 강조합니다. 유치원에서 블록으로 놀며 수 개념을 익히고, 돋보기로 곤충을 관찰하던 경험이 초등학교에서 수학적 사고력과 과학적 탐구력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합니다.

    놀이 중심: 유초연계의 가장 강력한 다리

    2019 개정 누리과정의 가장 큰 혁신은 "유아·놀이 중심" 패러다임입니다. 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교수학습방법에서의 놀이 활용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김창복, 이신영(2020)의 연구는 "놀이를 통한 배움이 초등 저학년 교수학습에서의 놀이 활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2015 개정 초등 교육과정 해설서는 1~2학년에서 "놀이와 활동 중심 수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022년 경기도 그림책 프로젝트 사례는 이것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보여줍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공동으로 그림책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교육과정 연계수업이 가장 성공적인 활동(43.4%)으로 평가되었습니다(문무경, 강규돈, 2022). 그림책이라는 놀이적 매개체를 통해 유아와 초등 저학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교사 자율성: 연계의 실질적 동력

    2019 개정 누리과정의 또 다른 핵심은 교사 자율성 보장입니다. 영역 내용을 축소하고 평가를 간략화하여 교사가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초등교육과정의 방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도 2015 개정에서 교육과정 재구성 권한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교사가 학생의 수준과 흥미에 맞춰 교과를 통합하고, 순서를 조정하며, 내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 교사와 초등학교 교사 모두 "교육과정의 실행자"가 아닌 "교육과정의 창조자"가 된 것입니다.

     

    2017년 조혜진, 김수연 교수의 연구에서 유치원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한 부분이 "초등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는데, 2019 개정 이후에는 이 문제가 상당히 완화되었습니다. 양쪽 교육과정이 같은 언어(자율성, 학습자 중심, 과정 중심)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남은 과제: 완전한 연계를 위한 노력

    김창복, 이신영(2020)의 연구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이 유초연계 수준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하면서도, 완전한 연계 토대 마련을 위한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관련 법규 정비입니다.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이 분리되어 있어, 유초연계 활동에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교사 간 협의 시간, 공동 연수, 예산 지원 등에 제도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둘째, 정부부처 지원 체계 구축입니다. 유치원은 교육부와 지방교육청,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소관입니다. 유보통합이 추진 중이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아 통합적 지원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셋째, 영역 및 교과 명칭·내용 조정입니다. 누리과정의 5개 영역 명칭과 초등학교 교과 명칭이 다르고, 내용 체계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누리과정의 '신체운동·건강'은 초등의 '체육'과 '보건'에 대응하지만, 명칭이 달라 연계 지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제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2023-2027)은 이러한 과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입니다. 2027년이 되면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통합 지원 체계가 구축되며, 영역과 교과의 연계성이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부모가 알아야 할 핵심 포인트

    2019 개정 누리과정이 부모님들께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유치원은 초등학교 준비 학원이 아닙니다. 유치원은 그 자체로 완성된 교육과정이며, 동시에 초등교육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배움의 시작입니다."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아도 됩니다. 의사소통 영역은 읽기·쓰기 '관심 가지기'가 목표입니다. 자연탐구 영역은 수학 문제 풀기가 아니라 '탐구과정 즐기기'가 목표입니다. 유치원에서 충분히 놀고, 탐색하고, 표현한 아이가 초등학교에서도 배움을 즐깁니다.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에서 학부모 만족도가 5점 만점에 평균 3.84~4.21점으로 높게 나타난 이유는, 학부모들이 이러한 본질적 교육의 가치를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전혀 필요없다"는 응답이 0%였다는 것은, 모든 학부모가 유초연계의 필요성에 공감했음을 의미합니다(문무경, 강규돈, 2022).

    마치며: 연결의 힘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사이에 다리를 놓았습니다. 그 다리는 5개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고, 놀이라는 탄탄한 기둥으로 지탱되며, 교사 자율성이라는 난간으로 보호됩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이 다리를 건너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자연스럽게, 안전하게, 즐겁게 이동합니다.

     

    김창복, 이신영(2020)의 연구가 밝힌 것처럼,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유초연계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였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연계는 정책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교사, 학부모, 정책입안자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모든 아이가 행복한 전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2027년, 제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이 완성되면, 우리는 더욱 강력하고 완전한 유초연계 체계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현장의 모든 구성원이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학교 전이는 더 이상 도약이 아닌, 자연스러운 성장의 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 김창복, 이신영(2020).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주요 개정 내용과 초등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 고찰. 한국초등교육, 31(1), 245-265.
    • 문무경, 강규돈(2022). 유·초 연계교육 운영 모델 개발 연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보고 2022-09.
    • 교육부(2019). 2019 개정 누리과정 고시문 및 해설서.
    • 조혜진, 김수연(2017). 유치원의 유·초등 연계교육 운영 현황과 교사들이 인식한 어려움. 열린유아교육연구,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