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유초연계교육을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다른 나라의 유초연계교육도 배울 부분이 있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의 유초연계교육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일본도 한국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19개 지자체에서 3년간 유보초(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가교 프로그램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사회에 열린 커리큘럼' 실현과 모든 어린이의 웰빙 보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시기, 유사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어, 육아정책연구소(문무경, 강규돈, 2022)는 향후 한일 간 비교연구와 상호 학습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접근방식은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의 '사회에 관심 갖기'와 깊이 연결되며, 우리가 놓치고 있던 유초연계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같은 시기, 같은 고민: 한일 유초연계의 놀라운 동시성
2022년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유초연계교육의 원년이었습니다. 한국은 전국 14개 시도교육청, 51개 기관에서 이음교육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일본은 19개 지자체에서 유보초 가교 프로그램을 출범시켰습니다. 이 놀라운 동시성은 우연이 아닙니다.
OECD(2017)는 "모든 아동의 전이 경험이 향후 학교와 사회에서 잠재력 발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며, 회원국들에게 유초연계 정책 강화를 권고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이 권고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한 국가들입니다. 두 나라 모두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모든 아동의 성공적인 성장이 국가 미래를 좌우한다는 절박함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김호, 장혜진(2022)의 국제 비교연구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이나 북미와 다른 독특한 교육문화적 맥락을 가지고 있어, 서로의 경험에서 배울 점이 더 많다고 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유초연계 모델은 아시아적 맥락을 반영하면서도 국제적 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유보초 가교 프로그램: 핵심 특징
일본의 프로그램은 두 가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설계되었습니다.
1. 사회에 열린 커리큘럼
일본이 강조하는 '사회에 열린 커리큘럼(社会に開かれたカリキュラム)'은 교육기관이 사회와 단절된 섬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결되어야 한다는 철학입니다. 이는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의 '사회에 관심 갖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의 내용범주 중 '사회에 관심 갖기'는 유아가 자신이 속한 가정, 유치원을 넘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와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갖도록 합니다. 일본의 프로그램은 이를 한 단계 더 나아가, 교육과정 자체를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고 실행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한 지자체에서는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가 지역 상점가, 도서관, 노인복지시설과 협력하여 통합 프로젝트를 운영합니다. 아이들은 지역 어르신들로부터 전통 놀이를 배우고, 상점에서 경제 개념을 익히며, 도서관에서 지역 역사를 탐구합니다. 이는 단순한 체험학습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입니다.
2. 모든 어린이의 웰빙 보장
일본 프로그램의 두 번째 핵심은 '웰빙(ウェルビーイング, Well-being)' 개념입니다. 이는 단순히 건강이나 행복이 아니라, 신체적·정서적·사회적으로 만족스러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아동, 외국인 가정 아동,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아동 모두 웰빙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 이음교육 시범사업의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2022년 연구에서 특수아, 다문화가정 아동에게도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었고(문무경, 강규돈, 2022), 제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2023-2027)도 '모든 유아에게 격차 없는 출발선 보장'을 첫 번째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한국 이음교육과의 비교: 공통점과 차이점
한국과 일본의 유초연계 정책을 체계적으로 비교하면 흥미로운 공통점과 차이점이 드러납니다.
공통점: 시범사업을 통한 점진적 접근
두 나라 모두 전국적 시행 전에 지자체 단위 시범사업을 통해 다양한 모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14개 시도교육청 51개 기관, 일본은 19개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합니다. 이는 일률적인 하향식 정책이 아니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모델 개발을 지향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의 경우 경기도는 그림책 프로젝트, 부산은 '징검다리' 주제, 인천은 숲활동 중심 등 지역별로 독특한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일본도 각 지자체가 지역 문화와 자원을 활용한 고유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통점: 장기적 관점의 정책 추진
한국의 제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은 2023-2027년 5년 계획이고, 일본의 가교 프로그램은 3년 시범사업입니다. 두 나라 모두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정광순, 박채형(2017)의 연구는 전이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장기 계획은 이러한 학술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입니다.
차이점: 유보초 vs 유초
일본은 유보초(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통합 모델을 처음부터 표방했습니다. 한국의 이음교육 시범사업도 어린이집 11개를 포함했지만, 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연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천시 숲활동 프로그램처럼 유보초 통합 모델도 있었지만, 전체의 일부였습니다.
이 차이는 유보통합 추진 단계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한국은 2027년까지 유보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어, 현재는 과도기입니다. 일본은 이미 유보 간 제도적 격차가 적어, 유보초 통합 접근이 더 용이합니다.
차이점: 사회와의 연결 강조
일본이 '사회에 열린 커리큘럼'을 더 강조하는 반면, 한국은 교육기관 간 연계에 더 집중합니다. 한국 이음교육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활동이 교육과정 연계수업(43.4%)과 공동행사 개최(53.8%)였던 것은(문무경, 강규돈, 2022), 기관 간 협력에 우선순위를 두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한국의 현실적 필요를 반영합니다. 2017년 조혜진, 김수연 교수의 연구에서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한 부분이 초등학교와의 협력 체계 미비였기 때문에, 우선 기관 간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과 사회에 열린 교육
일본의 접근방식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을 더 넓게, 더 깊게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의 '사회에 관심 갖기' 세부 내용을 보면:
-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궁금한 것을 알아본다
- 우리나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다
-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가진다
이 내용은 유치원 안에서만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지역사회를 탐색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실제 삶의 맥락에서 배워야 합니다. 일본의 '사회에 열린 커리큘럼'은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호주의 Sue Dockett과 Bob Perry 교수의 연구도 성공적 전이를 위해 가족-학교-지역사회의 파트너십이 결정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이는 아동 개인이나 교육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학적 시스템 전체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이 배울 수 있는 실천 방안
일본의 경험에서 한국 현장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합니다.
1. 지역사회 자원 맵핑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함께 지역사회 자원을 조사하고 지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공원, 도서관, 박물관, 시장, 관공서, 복지시설 등을 파악하고, 각 장소에서 어떤 배움이 가능한지 함께 기획합니다. 이는 누리과정 '사회에 관심 갖기'와 초등 통합교과 '우리 동네' 단원을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2. 세대 간 연결 프로그램
일본 프로그램에서 특히 효과적이었던 것은 노인과 아동의 만남입니다. 지역 어르신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전통 놀이, 옛날이야기, 생활 지혜를 나눕니다. 이는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의 '더불어 생활하기'(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기)를 실현하는 동시에, 초등 통합교과의 '우리 마을', '가족' 단원과도 연결됩니다.
3. 웰빙 중심 평가
일본이 강조하는 웰빙 개념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한국 이음교육 시범사업에서 과반수 이상의 유치원이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지적되었습니다(조혜진, 김수연, 2017). 평가를 하더라도 학교 적응 여부만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본은 웰빙 관점에서 아동의 신체적·정서적·사회적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이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의 과정 중심 평가 철학과도 일치합니다.
상호 학습의 가능성: 한국이 일본에 줄 수 있는 것
비교는 일방적 배움이 아닙니다. 한국의 이음교육 모델도 일본에 시사점을 줄 수 있습니다.
첫째, 교육과정 연계의 구체성입니다. 한국의 경기도 그림책 프로젝트, 부산 징검다리 프로그램은 교육과정 문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재구성하여 계열성 있는 내용을 조직했습니다(문무경, 강규돈, 2022). 이러한 교육과정 분석 및 재구성 역량은 한국 교사들의 강점입니다.
둘째, 교사 연수 프로그램의 체계성입니다. 양지애, 이정욱(2018)이 개발한 ADDIE 모형 기반 교사연수 프로그램은 국제적으로도 우수한 사례입니다. 한국은 교사 전문성 개발에 체계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셋째, 정책 추진의 속도입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 시행(2020년) 후 불과 2년 만에 전국 단위 시범사업을 실시한 한국의 정책 추진력은 주목할 만합니다. 제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2023-2027)으로 이어지는 정책 연속성도 강점입니다.
2025년 현재,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
2025년 11월 현재, 한국과 일본의 유초연계 정책은 모두 중요한 전환점에 있습니다. 한국은 제3차 기본계획의 2단계(확산 및 정착기)에 진입했고, 일본은 3년 시범사업의 마지막 해를 맞이했습니다. 이제 두 나라 모두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하고 전국 확산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입니다.
향후 한일 간 비교연구가 본격화되면, 아시아적 맥락에서의 유초연계 모델이 더욱 정교해질 것입니다. 2025년 교육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도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확대가 포함되어, 일본의 유보초 통합 모델과 점점 유사해지고 있습니다.
마치며: 국경을 넘는 아이들의 행복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아이들이 겪는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의 전이는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불안, 새로운 관계 형성의 설렘과 두려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성장의 기쁨. 이 보편적 경험을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두 나라가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사회에 열린 커리큘럼'은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의 '사회에 관심 갖기'를 더 풍부하게 실현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줍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모든 아동의 웰빙이 보장되며,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지원될 때, 유초연계는 단순한 적응 프로그램을 넘어 아이들의 삶 전체를 풍요롭게 만드는 교육이 됩니다.
국경을 넘어 서로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더불어 사는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요? 한국과 일본의 유초연계 협력은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어른들에게도 귀한 배움의 기회입니다.
참고문헌
- 문무경, 강규돈(2022). 유·초 연계교육 운영 모델 개발 연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보고 2022-09.
- 김호, 장혜진(2022). 해외 유·보 및 유·초 연계의 방향과 지원 사례 분석을 통한 이음교육 시사점 탐색. 경인교육대학교 교육연구원 교육논총, 42(4), 245-263.
- 양지애, 이정욱(2018). 유치원 교사를 위한 유초연계교육 교사연수 프로그램 개발. 유아교육학논집, 22(3), 143-169.
- 조혜진, 김수연(2017). 유치원의 유·초등 연계교육 운영 현황과 교사들이 인식한 어려움. 열린유아교육연구, 22(3).
'유초연계와 AI'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유초연계교육 15] 유초연계교육의 어려움과 해결책 (0) | 2025.11.09 |
|---|---|
| [유초연계교육 14] 2025년 교육부 유초연계 정책: 출발선 평등의 현실화 (0) | 2025.11.09 |
| [유초연계교육 12] 2019 개정 누리과정을 통해 유초연계의 수준을 높이다 (0) | 2025.11.08 |
| [유초연계교육 11] 누리과정의 미래: 제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이 그리는 2027년 유초연계교육 (0) | 2025.11.08 |
| [유초연계교육 10] 왜 교사가 먼저 배워야 할까? (0) | 2025.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