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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연계교육 15] 유초연계교육의 어려움과 해결책

📑 목차

    유초연계교육이 필요하지만, 가지 않았던 길이기에 어려움도 있습니다. 유초연계교육의 어려움을 알게 된다면, 유초연계교육의 해결책까지 연결해서 구상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유치원 교사들이 유초연계교육을 실행하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조혜진, 김수연(2017)의 연구는 전국 유치원 만5세반 교사 264명을 조사하고 5명을 심층 면담하여, 누리과程 다섯 영역을 초등교육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직면하는 구체적인 어려움을 밝혀냈습니다. 초등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 교사지도서와 활동자료 부족, 학부모의 학습지도 요구와의 갈등, 초등학교의 비협조적 태도, 그리고 과반수 이상이 평가조차 하지 않는 현실까지, 이 연구는 유초연계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었음을 확인시켜줍니다.

     

    유초연계교육의 어려움과 해결책

    연구가 밝힌 현실: 과반수가 평가를 안 한다

    조혜진, 김수연(2017)의 연구가 발견한 가장 놀라운 사실은 과반수 이상의 공사립유치원에서 유초연계교육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은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점검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계획-실행-평가의 연쇄적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평가가 없으니 무엇이 잘되고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고, 다음 해 계획은 전년도와 비슷하게 반복되며, 실행도 관성적으로 이루어지고, 다시 평가는 생략됩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유초연계교육은 형식적 행사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2022년 육아정책연구소의 대규모 연구에서 유치원 교원의 94.3%가 이음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문무경, 강규돈, 2022), 필요성에 대한 공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체계적인 계획, 의미 있는 실행, 그리고 무엇보다 철저한 평가와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계획 단계의 어려움: 정보는 어디서 얻을까?

    누리과정 지도서에 의존하는 현실

    연구에 따르면 교사들은 주로 누리과정 및 교사용 지도서에서 유초연계 정보를 획득합니다. 이는 좋은 출발점이지만, 지도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누리과정 지도서는 유치원 교육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초등학교 교육과정과의 구체적인 연계 방법까지 상세히 다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 이후 상황이 다소 개선되었습니다. 김창복, 이신영(2020)의 연구에 따르면,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구성체계를 유사하게 만들어 연계성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이 이러한 연계 지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자료가 필요합니다.

    공립과 사립의 차이

    연구는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중점 영역이 다르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공립유치원: 기본생활습관(누리과정 신체운동·건강 영역)과 기초학습능력(의사소통, 자연탐구 영역)에 중점을 둡니다. 이는 초등학교와의 연계를 학업적 준비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사립유치원: 기본생활습관에 더 집중합니다. 이는 사립유치원이 유아기 발달의 고유성을 더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호주의 Sue Dockett과 Bob Perry 교수의 20년 종단연구가 강조했듯이, 성공적 전이를 위해서는 비학업적 기술(공감, 자기조절, 사회적 기술)이 학업적 준비도보다 더 중요합니다. 즉, 사립유치원의 접근이 국제 연구 결과와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행 단계의 어려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실행 시기의 차이

    사립유치원: 주로 2학기에 집중적으로 실행합니다. 이는 초등학교 입학이 임박한 시기에 준비를 강화한다는 논리입니다.

     

    공립유치원: 연중 지속적으로 실행합니다. 이는 전이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 과정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더 바람직한 접근입니다.

     

    정광순, 박채형(2017)의 연구는 전이를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학기 몇 주 동안의 준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1년 내내 누리과정의 모든 영역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계 요소를 녹여내야 합니다.

    가장 많이 실행되는 활동: 초등학교 방문

    연구에서 가장 많이 실행되는 활동은 '초등학교 방문하기'였습니다. 이는 직관적이고 실행하기 쉬운 활동이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일회성 방문만으로는 초등학교에 대한 피상적 이해에 그칠 수 있습니다.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에서 더 효과적이었던 활동은 교육과정 연계수업(43.4%)과 공동행사 개최(53.8%)였습니다(문무경, 강규돈, 2022). 이는 단순 방문을 넘어 실질적인 협력과 상호작용이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상대적으로 낮게 실행되는 활동: 교수계획자 역할

    연구에서 가장 낮게 실행되는 활동은 '초등학교와 연계교육을 실행하는 교수계획자 역할'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핵심 문제입니다. 교사가 연계교육의 주체가 되어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양지애, 이정욱(2018)이 개발한 교사연수 프로그램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교사의 유초연계교육 교수역량을 체계적으로 기르는 연수가 필요합니다.

    교사들이 호소하는 다섯 가지 어려움

    1. 초등교육과정 이해 부족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초등교육과정과 취학 전 유아의 성취수준에 대한 이해 부족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를 본 적이 없고, 초등학교 교사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모릅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 이후 이 문제가 다소 완화되었습니다. 누리과程과 초등교육과程의 구성체계가 유사해지고, '유아·놀이 중심'과 '학습자 중심 교육'이라는 공통 언어가 생겼기 때문입니다(김창복, 이신영, 2020). 하지만 여전히 교사들은 구체적인 연계 방법에 대한 실천적 지식이 부족합니다.

     

    해결책: 유치원 교사와 초등학교 교사의 정기적 협의회, 상호 교육과정 참관, 공동 연수가 필요합니다.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에서 초등교원의 76.9%가 유초 교육과程에 대한 상호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응답한 것은, 교사 간 직접적 소통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입증합니다.

    2. 교사지도서와 활동자료 부족

    두 번째 어려움은 교사지도서와 활동자료 부족입니다. 누리과程 지도서는 있지만, 유초연계 활동을 위한 구체적인 자료는 부족합니다. 교사들은 각자 인터넷을 검색하고, 동료와 정보를 나누며, 스스로 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2023-2027)은 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교육과정 연계 자료 개발, 우수사례 확산, 온라인 자료 플랫폼 구축 등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시도교육청과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자료가 보급되고 있습니다.

    3. 학부모의 학습지도 요구와의 갈등

    세 번째 어려움은 학부모의 학습지도 요구와의 갈등입니다. 학부모는 초등학교 준비를 한글, 수학 선행학습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교사는 누리과정의 철학에 따라 놀이 중심, 과정 중심 교육을 지향합니다. 이 간극이 갈등을 만듭니다.

     

    2019 개정 누리과程은 의사소통 영역의 목표를 '읽기와 쓰기에 관심 가지기'로 명확히 했습니다. '완벽하게 읽고 쓰기'가 아니라 '관심 가지기'입니다. 자연탐구 영역도 '탐구과정 즐기기'이지 '수학 문제 풀기'가 아닙니다.

     

    해결책: 학부모 교육 강화가 절실합니다.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에서 학부모 만족도가 높았던 이유는 학부모들이 진정한 유초연계의 의미를 체감했기 때문입니다(문무경, 강규돈, 2022). 정기적인 학부모 설명회, 뉴스레터, 개별 상담을 통해 유초연계의 본질을 알려야 합니다.

    4. 초등학교의 비협조적 태도와 행정체계 미비

    네 번째 어려움은 초등학교의 비협조적 태도와 행정체계 미비입니다. 유치원이 협력을 제안해도 초등학교가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하거나, 형식적으로만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력을 위한 시간과 예산도 명확히 보장되지 않습니다.

     

    이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법적 근거(유아교육법 vs 초중등교육법)가 다르고, 관할 부서도 다릅니다. 협력 활동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미약합니다.

     

    김창복, 이신영(2020)의 연구는 완전한 연계 토대 마련을 위해 관련 법규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제3차 기본계획도 이를 과제로 설정했지만, 2025년 현재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5. 계획-실행-평가의 악순환

    다섯 번째이자 가장 근본적인 어려움은 계획-실행-평가의 연쇄적 악순환입니다. 평가를 하지 않으니 개선이 없고, 개선이 없으니 계획이 발전하지 않으며, 계획이 발전하지 않으니 실행이 형식적이 되고, 형식적 실행은 평가할 가치가 없어 보여 다시 평가를 생략하게 됩니다.

     

    해결책: 평가 문화의 정착이 핵심입니다. 평가는 교사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한 것입니다. 간단한 설문조사, 교사 반성 저널, 학부모 피드백, 아동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2017년 연구 이후 8년이 지났습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 시행(2020년), 이음교육 시범사업(2022년), 제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2023년) 등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장의 어려움은 해결되었을까요?

     

    개선된 부분:

    • 교육과정 연계성 강화: 2019 개정 누리과정으로 구조적 기반 마련
    • 정책적 지원 확대: 시범사업, 기본계획으로 예산과 제도적 지원 증가
    • 교사 연수 체계화: 유초연계 연수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확대
    • 우수사례 확산: 거점기관을 통한 노하우 공유

    여전히 남은 과제:

    • 초등학교와의 협력 체계: 여전히 개별 교사의 열정에 의존
    • 평가 문화 정착: 많은 유치원이 여전히 평가를 생략
    • 학부모 인식 개선: 선행학습에 대한 압력 지속
    • 법적·제도적 기반: 근본적인 법규 정비는 아직 미완

    교사를 위한 실천적 제안

    조혜진, 김수연(2017)의 연구가 밝힌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합니다.

     

    즉시 실천 가능한 것들:

    1.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 읽어보기 (교육청이나 인근 초등학교에서 열람 가능)
    2. 초등학교 교사와 이메일/전화로 소통 시작하기
    3. 학부모에게 누리과정 지도서 내용 공유하기
    4. 간단한 평가 설문지 만들어 사용하기
    5. 동료 교사와 유초연계 독서모임 만들기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것들:

    1. 기관장에게 초등학교와의 정기 협의회 제안하기
    2. 교육청의 유초연계 거점기관 정보 확인하고 협력 요청하기
    3. 유초연계 연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기
    4. 학부모 대상 유초연계 설명회 정기적으로 개최하기
    5. 연간 교육계획에 유초연계 활동을 체계적으로 포함하기

    마치며: 어려움을 인정하는 것이 해결의 시작

    2017년 연구가 밝힌 어려움들은 부끄러운 현실이 아니라, 정직한 진단입니다. 어려움을 인정하고 직시하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입니다. 264명의 교사가 용기 있게 자신의 어려움을 나눈 덕분에, 우리는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2022년 이음교육 시범사업에서 유사한 어려움이 반복된 것은 실망스럽지만, 동시에 이 문제들이 개별 교사의 무능이 아니라 구조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스템의 문제임을 확인시켜줍니다. 교사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책적 지원, 제도적 기반, 협력적 문화가 함께 만들어져야 합니다.

     

    2025년 현재 우리는 2017년보다 나은 위치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교사 한 분 한 분의 작은 실천이 모여, 모든 아이의 성공적인 학교 전이를 만듭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전국의 264명, 아니 훨씬 더 많은 교사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 나누고, 함께 배우며, 함께 성장해갑시다.


    참고문헌

    • 조혜진, 김수연(2017). 유치원의 유·초등 연계교육 운영 현황과 교사들이 인식한 어려움. 열린유아교육연구, 22(3).
    • 문무경, 강규돈(2022). 유·초 연계교육 운영 모델 개발 연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보고 2022-09.
    • 김창복, 이신영(2020).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주요 개정 내용과 초등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 고찰. 한국초등교육, 31(1), 245-265.
    • 양지애, 이정욱(2018). 유치원 교사를 위한 유초연계교육 교사연수 프로그램 개발. 유아교육학논집, 22(3), 143-169.